당국, 환율전투 시동, "원·달러 환율 끌어올려 엔저 대응"
외환당국이 원·엔 환율 하락을 저지하겠다며 강한 시장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국제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아베노믹스의 엔저 공습에 원·달러 환율을 방패 삼아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엔화 약세에 대해 "제약과 한계가 있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힌 뒤 다음주 초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 참석 후 "(다음주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상황을) 보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의 '원.엔 동조화' 발언에 쐐기를 박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 차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대처방안을 묻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환당국 두 축인 한국은행 총재와 기재부 차관의 환율 관련 발언은 엔화약세에 따른 원·엔 재정환율 하락을 원·달러 환율 상승을 통해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당국의 잇단 시장 개입성 발언이 전해진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95원1전(오후 1시50분 기준)까지 치솟다가 전일 종가(1083원8전) 대비 9원9전 오른 1093원7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엔화 약세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ECB) 총재의 추가 부양책 언급 역시 달러화 강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밤과 이날 새벽 뉴욕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5엔대에 안착한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26분 현재 115.41엔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통해 산출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전 8시 100엔당 939원17전까지 하락했다가 서울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단숨에 945원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오후 4시16분 현재 948원대에 거래를 형성했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 이후 최근 5거래일간 엔화 가치는 7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지난 8월 초 102엔대에서 불과 석달 만에 115엔대를 넘기며 13% 가까이 떨어졌다. 이 기간 달러화 대비 원화는 5.4% 정도 하락했다. 엔화 약세에 동조했다면 원·달러 환율은 1100원을 넘겼어야 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파른 엔저를 원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원·엔 재정환율은 이달 들어 930~95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환전쟁 가세 발언에 대해 경제전문가 및 시장에선 환영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의 잇단 발언과 관련해 "당국의 속도 조절 의지가 확인됨에 따라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당국이 달러 매수를 통해 원·달러 환율로 원·엔 재정환율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외환당국자의 직접적인 발언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일거에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빼내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날 국내 증시에선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졌다. 더욱이 연거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간판기업들의 연말 실적 전망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환차손 우려까지 겹치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짐을 싸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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