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무상급식 방식 재검토
<정치,사회특집>
여야는 6일 홍준표 경남지사의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선언으로 촉발된 무상급식 논란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지방교육청의 예산 절감 등 자구노력을 강조하며 현재의 무상급식 방식 자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급식이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차질 없는 시행을 요구하면서 홍 지사 등 여권의 무상급식 반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정국 핫이슈로 부상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로까지 이어졌던 무상급식 논란이 3년 만에 다시 정치권을 가열시킬 조짐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급식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지자체 및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에 대해 "갈등의 원인은 중앙은 중앙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세수가 부족해 재정상황이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도 "결국 재정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교육청 예산이 적절히 편성되고 있는지, 또 과도한 행사, 선심성 사업 등 불필요한 예산은 없는지 잘 살펴보고 따져봐야 될 일"이라고 교육청의 자구 노력에 방점을 뒀다.
김 대표는 지난해 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이월 불용액이 중앙정부의 3배에 달하는 4조 1529억원에 달하는 점을 들어 교육청의 방만한 재정관리와 비효율적 예산 집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예산의 적절한 편성과 절약만으로 현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연도별 무상급식 예산 증가와 교육환경 개선예산 감소 상황을 대비시켰다. 무상급식에 중점을 둔 예산편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 무상급식과 관련한 실태 조사를 진행해 보고할 것을 당에 지시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앞으로 특히 교육 분야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 불용 문제, 중앙 정부의 보조와 함께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겠다"고 거들었다. 나아가 지자체와 지방교육청 간 갈등을 계기로 새누리당에서는 교육감 선출 방식 변경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교육감들과 지자체장 사이에 갈등이 많이 불거지는 것은 교육자치, 교육감 선거제도와도 관련이 있다"며 "교육자치는 교육자의 자치가 아니라 주민자치다. 그래서 지방자치선거하고 융합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전면 무상급식은 사실 무상이 아니고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해지고 있고, 정말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고, 우리나라를 미래에 먹여 살릴 과학영재들을 키워 낼 예산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정책 집행의 대원칙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울 때"라고 강조하고 무상복지 공약 발표 시 재원조달 방식과 근거를 제시토록 하는 선거법 개정, 교육감 선거제도 재검토 등을 제안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17개 시도 교육청은 무상급식으로 2조 3000여억 원을 지출하면서 학생들의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을 향상 시키는데 써야할 돈을 모두 써버렸다"며 "재정의 뒷받침이 없는 복지정책은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무상복지정책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준표발 무상급식 문제, 재고할 때가 되었다.<경제원리, 재정 개념없는 좌파 교육감들 오히려 학교교육 엉망으로 만들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선언으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오고 있어 향후 흐름이 주목된다. 홍 지사는 지난 3일 경남교육청이 무상급식 보조금 집행 실태에 대한 경남도의 감사를 거부한 데 대해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란 원칙에 따라 더 이상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며 “앞으로 무상급식비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ㆍ군에서도 학교 감사와 예산 편성 중단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늘어나는 무상급식 예산에 부담을 느끼던 지자체들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홍 지사는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2010년에 지원한 무상급식비는 785억원이었지만 올해는 무려 1조573억원을 부담, 4년 새 13배 이상 급증해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울산 동구가 내년도 예산에서 무상급식 지원금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며 경남도를 거들었다. 구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을 무상급식에서 제외하고 6학년에 대해서만 무상급식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울산 동구는 올해 책정된 8억 6500만원의 무상급식 예산은 내년에 4억2000만원으로 줄여 편성했다.
부산시도 무상급식 예산지원에 슬슬 제동을 걸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비로 내년 예산에 150억원을 편성할 계획을 세우고, 교육청이 자체 조달 가능한 100억원 외에 50억원을 부산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교육청이 요청한 ‘무상급식’ 명목이 아닌 ‘학교시설지원비’로 30억원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상급식을 필두로 하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무상급직 지원중단 사태는 무리한 무상 포퓰리즘 남발이 가져온 결과”며 “이번 기회에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복지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상급식 실제 학교실태는?
아이들 매점파, 도시락파, 급식파로 나눠 정서적 갈등겪어 !
서울시 노원구 A중학교 점심시간,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학생들이 급식실로 향한다. 발걸음은 느긋하다. 한창 잘 먹고 클 나이인데도 점심시간이 마냥 즐겁지 않은 모양이다. 3학년, 2학년, 1학년 순서다. 학년과 학급별로 배식 순서와 시간이 다르다. 학생들은 빨리 빨리 이동해야 제 시간에 배식과 식사가 끝난다. 제한된 점심시간 탓이다. 영양사와 배식 담당자들은 애가 탄다. 서둘러서 배식을 받으라고 인상을 찌푸리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배식을 받아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모습에 눈길을 줘 본다. 표정이 다들 그냥 그렇다. 어떤 학생은 5분도 안 돼 수저를 놓는다.
“왜 밥을 이것밖에 안 먹니?”
“맛이 없어서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온다.
점심시간에 교실을 둘러본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맛있게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이다. “자식들 밥은 부모가 먹여야 정상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본다. 고마움도 느끼리라.
형편없는 아이들 무상급식
매점에 가본다. 매점에서 빵과 우유, 핫도그, 김밥, 컵라면 등으로 점심 식사를 때우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무상급식 시행 후 생긴 점심시간의 새로운 풍경이다. 이런 학교 풍경은 위에서 언급한 이 학교만의 모습이 아니다. 2011년부터 시행된 무상급식이 햇수로 4년째를 맞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풍경이 목격된다. 올해부터는 중학교 3학년까지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됐다.
학부모들도 영양가 없는 급식이라며 반기지 않는다
그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급식에 얼마나 만족했을까? 무상급식 시행으로 어떤 교육적 효과가 발생했을까? 무상급식 시행 이후 학교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보자.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는 초·중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급식이 맛이 없다며 식판을 통째로 버리거나 급식실에 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학생들은 가정에서 부모님이 정성껏 싸주는 도시락을 가지고 오거나 아니면 매점에서 점심을 때우기도 한다. 후식으로 나오는 빵과 우유는 개봉도 하지 않은 채 쓰레기통이나 복도 창틀에 버려져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무상급식 시행 이후로 학생들은 쉽게 음식물을 버린다.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노력하지 않고는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서 사회의 훌륭한 역군이 되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공짜에 길들이게 만들고 있다.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부모들도 맛없고 영양가 떨어지는 급식이라며 반기지 않는다. 번거롭더라도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주는 것이 내 아이의 성장기의 영양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과연 무상급식이라는 허울 좋은 정책이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져다주고 무엇을 빼앗아 갔는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무상급식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급격하게 늘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교육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식의 음식 쓰레기는 1만 3923t이었다. 5t트럭 2780대 분량이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19억1657만원이 들었다.한 개 초등학교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13t에 처리 비용은 평균 195만원, 중학교는 음식물 쓰레기 21t에 처리 비용이 260만원을 썼다.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학생들의 밥값을 부담하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치우는 상황이 돼 버렸다.
친환경 식품가격이 20% 이상 인상
지난해부터 친환경 식품가격이 20% 이상 올라가면서 식단 짜기가 더 어려워졌다. 한정된 급식 예산에 비해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일부 시도에서는 친환경무상급식을 하겠다며 유기농 채소 반찬을 대폭 늘렸다. 식비는 비싸졌지만 오히려 급식 만족도는 떨어지고 잔반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육류 등 단백질 공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한창 성장기 학생들이 영양부족으로 성장이 제한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강북의 모 중학교 교사는 “급식 후 식판과 잔반으로 장난을 하기도 하고 수저를 구부리거나 물컵을 미술준비물로 사용하기도 하며 급식실에 있는 수저와 물컵들이 교실에 방치돼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을 한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무상급식의 질이 군대급식 보다 한참 못한 수준이라며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번거롭지만 도시락을 꼬박 챙겨준다”라고 말한다.
급식운영 방식이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뀐 후 급식의 질은 더 떨어졌다. 서두에서 언급한 노원구 A중학교의 모 교사는 “몇 년 전 위탁급식일 때에는 급식 맛이 좋아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이 빨리 오기를 아침 1교시부터 기대하며 기다렸다”고 말한다. “등교를 하면 급식메뉴판부터 체크하며 오늘의 메뉴에 대한 기대를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위탁급식을 할 때에는 불만이 있으면 바로 시정을 요구하거나 교체를 할 수 있어서 업체와 영양사는 영양과 위생 급식에 최선을 다했다. 그만큼 무상급식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무상급식으로 비정규직 조리종사원들의 세력도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으로 가입해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한다는 명분으로 노조가 결성되고 파업으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볼모로 정치적인 목적에 놀아나고 있다.
어쩌면 이들은 6월 지방선거에도 개입할지 모른다. 좌파 진보 진영은 이렇듯 자신의 영향력을 키웠고, 무상급식을 통해 정치적으로 개입해 표심을 얻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 당시 좌파 진영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주장하며 중산층의 표심을 움직였다. 많은 정치인들이 보편적 복지가 시대의 흐름인 것처럼 공약했고 학생들의 밥 먹는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환경 무상급식이 시행된 후 값비싼 친환경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예전보다 늘어난 잔반을 처리하는 비용도 많이 드는 등 교육청에서 예산 편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무상급식의 폐단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무상급식 예산 급증으로 명퇴교사 예산은 줄어들고 신규교사가 발령을 받지 못해 백수로 있는 예비교사가 무려 960여명이나 된다. 이들은 언제 교단에 설 수 있을지 깜깜 무소식이다. 무상급식이 교육의 본질은 아니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잘 가르칠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만 무상급식 문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예비교사들의 실직 사태라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매점파, 도시락파, 급식파
무상급식이 학교현장에서 실시된지 4년, 아이들은 매점파, 도시락파, 급식파로 나뉘어져 있다. 매점파는 무상급식이 맛이없고 형편없어 아침에 맞벌이 부모나 바쁜 부모가 아이들에게 매점에서 사먹으로라고 돈을 준 아이들이고, 도시락파는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엄마가 시간이 있어 따뜻한 집의 밥을 도시락으로 챙겨준 경우이며 급식파는 이도저도 못한 부모들의 아이다. 이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가난한 집 아이에게도 부자집 아이에게도 무상급식비는 지급되고 있다. 그런데 무상급식을 먹지도 않는 부자아이들에게도 지급되는 무상급식비의 비효율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상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는 ‘푸드뱅크 제도’가 있어 알게 모르게 지급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이란 말자체가 모순이 있는 것이다. 또 그 재정의 불투명도 문제다. 이렇기 때문에 무상급식의 주체인 교육청이 해결해야할 문제를 도청과 교육이외 국가기관이 무상급식비를 지원했는데 그럼 당연히 예산을 지원한 기관이 감사할 권리는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많은 국민들의 박수가 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의견은?
지난해 53조원의 교육 예산이 유·초·중·고교에 투입됐다. 하지만 소득에 상관없이 전 계층을 지원하는 무상 복지가 확대되면서 공교육에 대한 질적 투자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20년 된 기계로 실습하고, 30~40년 된 학교 건물은 노후 상태로 방치돼 있다. 학교 교육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학생들은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가기 바쁘다. 최근 '무상복지에 멍드는 교실' 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경제학자인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 이영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 교육재정 전문가인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가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했다.
◇"보편적 교육 복지보다는 '맞춤형 복지' 해야 할 때"
―최근 몇 년간 전체 초·중·고 공교육에 대한 예산 배정은 늘었는데,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나 학교 시설 개선비는 줄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송기창=예견된 사태였다. 교육 예산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60% 정도로 굉장히 높다. 전국에 학교 수가 동사무소 수보다도 많을 텐데, 학교마다 나눠주는 기본 학교 운영비를 다 합하면 10조원이 넘는다. 그런 경직성 경비를 빼고 나면 교육감이 사업비로 쓸 돈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누리과정(취학 전 아동 보육료 지원)에 3조원, 무상 급식에 매년 2조~3조원씩 들어가니 교육 예산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다.
이영=교육청이 사용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로 정해져 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부분도 있는데, 교육 당국이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측면도 있다. 교육청 살림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교육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송기창=교육청 예산 집행에 분명 비효율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그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지금 재정 위기의 원인은 복지로 인해 초래됐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교육청마다 빚이 많다. 최근 10년간 학교 환경을 개선하느라 BTL(민간투자사업)로 학교를 짓고 지방채도 발행해 현재 빚 규모가 15조원에 이른다. 돈이 부족해서다. 그런데 누리과정을 지방재정교부금으로 하라는 것은 그동안 쌓인 '빚'에 대한 고려 없이, 재정 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해서 나온 것이다.
김준영=지금부터라도 교육 복지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보편적인 교육 복지'보다는 '맞춤형 교육 복지'를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저소득층 등 소외 계층에 대한 교육 복지가 중요하다. 교육 복지의 핵심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 심화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복지 디폴트(default·지급 불능)'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도 지금의 교육 복지가 계속 갔을 때 재정이 뒷받침해 줄 수 있는지가 문제다. 올해 교육 예산도 전체 액수는 늘었지만 총예산 대비 비중은 16%대에서 14%대로 오히려 줄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데, 지방의 인재 양성 기반은 굉장히 취약하다. 정부에서도 지역 인재 양성과 균형 발전을 심도 있게 고려해서 교육 재정을 배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정부는 2011년 누리과정을 지방교육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시도교육청들은 재정난을 호소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책임질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김준영=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망치를 보면 연평균 6.3%씩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누리과정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편성한 것인데 실제 경제 성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다.
이영=누리과정 수혜 대상(만 3~5세)을 지나치게 빨리 확대한 것도 무리였다. 무상 급식이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재정이 악화된 측면도 있다.
송기창=사실 '5세아 무상교육'은 2000년도 초반부터 논의됐던 이슈다. 그래서 2012년부터 '전체 5세아에게 무상교육을 하겠다'고 결정한 건 재정적으로 견딜 만했고 시의 적절했다고 본다. 만 5세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 연령이기 때문에, 유치원 1년을 공교육에 집어넣어 의무교육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2013년부터 만 3~4세아까지로 누리과정을 전면 확대하는 과정은 그런 논리가 아니었다. 논리가 없었다. 반응이 좋으니까 한꺼번에 다 해버리자, 이런 식이었다.
이영=분명 국회의원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인기 좋은 정책이라고 추진한 측면이 많다.
―일단 시작한 무상 복지 정책을 중간에 그만두기는 힘들지 않나.
이영=핀란드, 스웨덴 등 북구 유럽에서는 무상 복지를 확대했다가 거둬들인 경험이 있다. 무상 급식 논쟁이 시작될 때부터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실 급식을 무상으로 하는 나라도 거의 없다. 형평성 제고에도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무상 급식을 거둬들이는 게 맞다.
김준영=무상 급식은 저소득층을 제외하고, 수요자가 부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무상 복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질적인 측면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상교육 복지를 재정립하되, 정말로 우리가 포용해야 할 저소득층, 소외 계층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소외 계층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희망 사다리가 될 수 있는 '생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중3, 고1 때부터 정부의 교육 복지를 통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제시해줘야 한다.
◇"교육에 대한 질적 투자는 계속돼야"
―최근 기획재정부 차관은 "학생 수가 점점 줄기 때문에 교육 예산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예산의 적정 규모는?
송기창=그동안 학생 수가 줄었는데 교육 예산은 줄지 않았다. 무상 복지가 시행되기 전까지 2000년대에 이 돈의 대부분은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데 투입됐다고 보면 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 학급당 학생들이 50명씩 있었다. 2001년부터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낮추는 교육 여건 개선 사업을 했다. 그 덕에 학급당 학생 수가 줄었고 OECD 국가들과 비교해 후진국이라는 말을 안 들을 정도는 됐다.
이영=기획재정부 주장에도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초·중·고교 교육에 쓰는 정부 재정 비율이 높다. 사실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교육청 예산을 지금은 교육부가 들여다보는데, 예산 전문가가 평가해야 한다.
김준영=인건비, 운영비 등을 더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점은 분명히 있다. 다만 학생들이 활동할 미래 사회는 과거와는 매우 다른 '창의 기반 사회'다. 그 사회에 맞는 인재를 우리가 교육시켜야 한다. 교육의 질이 향상되어야 한다. 과거 기준으로 학생 수가 줄었다고 교육비를 축소하면, 퇴보하는 사회로 끌고 가는 것이다. '창의 기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수업 방법이나 교육 과정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교육에 대한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한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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