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원순 구룡마을 개발특혜 의혹 수사착수 <사회특집>
검찰이 강남 구룡마을 개발특혜 의혹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5일 서울중앙지검은 강남구청이 지난 7월 구룡마을 특혜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 공무원들과 SH공사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맡은 특수4부는 지난 9월 강남구청 관계자들을 불러 고발 경위를 조사했다.
“통상적으로 고발 건은 형사부나 조사부에 배당되는데, 정관계 비리 등 인지수사를 담당하는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서울시 고위관계자가 연루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강남구는 지난 7월말 문승국 전 행정부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 3명과 SH공사 직원 2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했으며, 이노근 의원 등 14명의 새누리당 의원들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특정 대토지주에게 특혜를 줄 수 있도록 개발 방식을 부당 변경했다며 지난 2월 박 시장과 문 전 부시장 등 전현직 서울시 간부 7명과 SH공사 관계자 등 5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한편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기존의 공영개발에서 일부 민영개발(환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았고, 군부대에 인접한 부적합 토지를 편입하도록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새누리당은 박 시장이 포스코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전력을 들어, 포스코건설이 구룡마을 대토지주인 정모 씨에게 1,400억원가량의 자금을 지급보증했다는 점 등을 수사의뢰의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룡마을 특혜의혹이란 무엇인가?
구룡마을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월 12일 구룡마을 개발 방식 변경(變更)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해왔다.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전체 개발면적 405필지 28만6929m2 중 절반에 가까운(49.6%) 12만6910m2(국·공유지 제외)는 정씨 한 사람 소유다. 부동산개발업체 대표였던 정씨는 2002년부터 수천억을 들여 구룡마을 땅을 매입했다고 한다. 이 땅의 원주인은 증시의 큰손으로 알려진 ‘광화문 곰’ 고모씨와 정태수(鄭泰守)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이었다. 한보는 1990년대 초반, 이 땅을 개발하려다 수서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포기했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정씨의 존재에 주목해왔다. 그렇다면 정씨를 비롯한 토지주들은 현재의 혼용 방식으로 구룡마을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큰 개발이익을 얻게 될까? 지난 10월 18일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구룡마을이 혼용 방식을 도입할 경우 토지주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과거 서울시에서 근무하면서 도시계획업무를 일선에서 오랫동안 다뤄봤고, 또 구청 3곳에서 부구청장을 하면서 도시계획위원장까지 해봤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혼용 방식을 적용할 경우 토지주에게는 얼마의 이득이 돌아가나?
“서울시가 발표한 전체 개발면적 28만6929m2 중 환지 대상 부지 면적은 9%인 약 2만5823m2이다. SH공사가 내부 검토해 산정한 보상 추정가를 근거로(자연녹지 4.6:1, 공원부지 23:1) 계산해 보면 토지주에게 수천억원의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10월 18일) 국정감사 때는 구체적인 수치를 말했는데?
“서울시 이야기가 오락가락해왔다. 수치를 원하면 토지 660m2를 환지 받은 토지주를 예를 들어보면, 인근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적용하면 660m2에는 전용면적 84m2(대지면적 43.12m2) 아파트 15.3가구를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조합원 분양가인 10억2700만원을 곱하면 총 분양금액(157억원)이 나오는데, 취득가와 공사비 32억(추정)을 제외하면 이 토지주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125억원(추정)에 이르게 된다.”
-크다면 크지만 125억원이 어마어마한 금액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정씨의 경우 개발면적의 49.6%를 소유하고 있는데 125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이 특혜가 될 수 있는가?
“혼용 방식이기 때문에 환지 660m2를 제외한 정씨 소유의 12만3008m2는 개발 주체에 수용돼 현금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그 금액까지 합치면 큰돈이 된다. 게다가 환지를 하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이 내용이 가장 중요한데 정씨가 개포동 산15 X-X 번지 1필지를 명의신탁을 통해 402명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
정씨를 포함한 토지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개발하게 된다는 가정을 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란 주장이다. 추정치지만 이 의원 측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표한 전체 개발면적 28만6929m2 중 환지 대상 부지 면적은 9%인 약 2만5823m2이다. 환지 받은 사람들이 모두 조합에 참여했다는 가정하에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적용하면 전용 84m2(대지면적 43.12m2) 아파트 600채 가까이 지을 수 있다. 전용 84m2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는 10억2700만원이다. 조합을 결성한다는 가정이지만 산식(算式)상으로 토지주가 얻는 이익은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환지는 1필지에 66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특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당초 서울시는 이런 제한이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니까 그때야 이런 제한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어쨌든 환지는 1필지에 660m2로 제한하더라도 특혜로 볼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원래 그곳은 상업적 용도로 쓸 수가 없는 곳이라서 원천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다. 공원과 자연녹지 지역이라 건폐율, 용적률이 낮고 공원 지역에 필요한 화장실, 벤치, 낮은 건물 정도만 허가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전혀 없는 곳이다. 그런 곳을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환지를 해주는 것이니 특혜로 볼 수 있다.”
-법적으로 혼용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이것은 국토교통부에서도 확인해 준 부분이다.”
이 의원의 분석과 달리 큰 수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업계 전문가는 사견을 전제로 “32평형 아파트를 15.3가구 짓는 데 드는 취득가와 공사비를 너무 적게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포주공 1단지의 대지지분 가격을 적용, 제2종 일반주거 지역으로 용도가 바뀐 660m2 땅을 받은 토지주의 개발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니 개발이익은 3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이 계산법은 엉터리”라며 “환지 방식은 똑같은 면적을 토지주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감정가격과 개발 후 예상되는 시세를 비교해서 주는 만큼 특혜 소지는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아직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택지면적이나 환지면적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법적 기준에 따라 구룡마을 사업의 환지공급 규모를 추정하면, 전체 구역면적 대비 약 9%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는 데 개발이익사유화 방지에 대한 사항 등을 구청장과 함께 정책협의체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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