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교수, 케인지안 폴 크루그먼에 일침
<국제,경제특집>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2008년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장기침체론(secular stagnation)'에 대해 '주식시장의 에볼라 바이러스'라고 비판했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장기침체론이 주식시장에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실러 교수는 19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9월 중순 이후 뉴욕 증시가 급락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바이러스처럼 퍼졌기 때문"이라며 이 '바이러스'의 배후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폴 크루그먼 교수가 제기한 장기침체론을 지목했다. 장기침체론은 세계경제가 만성적 수요 부족과 투자 감소, 과소 고용에 따라 구조적·장기적으로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이론으로, '미국의 케인스'로 불리던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1938년 처음 제기했다.
서머스와 크루그먼은 작년 11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는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높은 가계 부채 부담에 따른 소비와 수요의 부진에서 발생한 장기적 변화"라며 이 이론을 다시 들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
폴 크루그먼 교수
크루그먼과 실러는 미 경제학계에서 각각 거시(巨視)와 미시(微視)를 대표하는 학자로 그동안 맞붙을 일이 없었다.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크루그먼은 정부의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통한 소득 불평등 해소를 주장해온 진보 성향 학자다.
반면 실러 교수는 미국 부동산 가격 대표 지표인 케이스-실러 지수를 만드는 등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 측정 모델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전공이 서로 다른 두 학자의 충돌은 크루그먼의 장기침체론이 실러의 텃밭인 주식시장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실러는 현재 주가가 역사적으로 고평가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증시에 패닉(공포)을 초래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2000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란 저서에서도 "근거가 모호한 투자자들의 막연한 불안감 같은 비이성적 요인이 증시 폭락으로 연결돼왔다"고 주장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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