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주재 2차규제개혁 회의<정치,경제특집>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종료됐다. 당초 이날 회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열띈 토론과 건의, 질의응답, 그리고 박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72분 초과한 6시12분에 끝났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준비부족을 보완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로 2주 연기됐다. 회의에는 각 부처 장관과 주요 경제단체, 규제개혁위 민간위원, 전문가, 기업인, 소상공인, 일반인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 경제는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서 있으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규제개혁 추진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호주의 ‘규제폐지의 날(Repeal Day)’을 언급하면서 “우리 경쟁국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규제개혁은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 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뒤처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규제개혁 법안이 상당수 국회에 묶여 있고 부처간 협업이 제대로 안 되거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규제개혁이 미뤄지고 있다”며 국회의 빠른 입법을 촉구하면서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불편을 해소하는 규제개혁에 여야, 정부와 국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규제개혁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관계 부처 장관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소규모 제조시설에 대한 환경 규제에 대해 “수도법을 개정하고 국토부에 관계법령을 개정해서 내년 중에는 그런 부분들은 좀 허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자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을 향해 “내년이요?”라고 물었다. 윤 장관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다”라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법 개정해서 하려면 내년에도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윤 장관은 “국회에 설득하기 위해서 지금 전문가를 동원해서 정밀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어떻게든지 이것이 되게 하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적극적인 규제개혁 추진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토론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잠깐만요”, “한 말씀 드릴게요”라며 마이크를 잡고 강도높은 주문과 질문을 했다. 박 대통령에게 답변하는 일부 장관들은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토교통부가 소관인 규제 관련 건의가 나오자 서승환 장관에게 “워낙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서 웬만큼 풀어서는 표가 안난다”며 “아주 이게 잘못됐다고 하면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특히 국토부는 풀어야 간에 기별이라도 간다. 그렇지 않으면 풀었는지 아닌지 알수가 없다. 눈 딱 감고 풀라”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지시했다. 또 “1차 회의 때 취합된 현장건의 52건, 손톱 밑 가시 92건에 대해서도 각 부처가 신속하게 하려는 의지만 가졌으면 완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관계 부처 장관들의 더딘 규제개혁 추진을 거듭 질타했다.
그러나 국정 전반적으로 대통령이 나서 강조해도 “세월호 사태에 의한 국회 세월호, 유병언 특별법의 여야합의 통과의 지지부진, 검찰,경찰 수사의 부진과 국민의혹만 더키운 수사, 잇단 검찰 고위공직자, 군4성장군의 추태 때문인지 도무지 국정의 영이 서지 않는다”고 국민들의 푸념이 심하다. 국정신뢰의 추락, 심각한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 끝장토론 이후 6개월 만인 3일 개최된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계기로 규제개혁 속도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1차 회의가 ‘손톱 밑 가시’ 제거 등 개별 사안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 등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하는 규제의 근본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 “개혁 순조롭다” 자평하지만 회의 직전 급조 지적=정부는 1차 회의 때 현장에서 건의된 과제 52건 중 49건을 수용했고, 이 중 31건은 관련 법령 개정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1건은 국회 국회심의와 지자체 인허가 등이 진행 중이다. 손톱 밑 가시 과제 92건도 90건에 대한 정부 조치가 완료됐다.
90건 중 11건에 대해서는 국회심의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2건도 ‘부분 완료’ 상태라고 정부는 밝혔다. 떡 등 즉석 제조가공 식품에 대한 인터넷(근거리) 판매 허용, 주식회사의 외부 회계감사 기준 100억원 이상 상향 등이다. 경제활동 관련 규제도 전체의 10%인 1005건을 폐지하겠다는 연간 목표치에 98% 정도 근접한 982건의 과제를 발굴해 정비 중이다.
정부는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준비 부족을 이유로 지난달 20일 예정됐던 회의를 연기하자 지난 2주 동안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다. 현장 건의 과제 52건 중 완료 과제가 17건에 불과하자 지난달에만 5차례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해 14건의 과제를 더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올 12월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게임 셧다운제’와 한 계좌에 펀드와 예·적금을 모두 들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계좌(ISA) 허용 등 일부 과제 해결을 급히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2차 회의 연기가 결정되고 긴급회의를 통해 통상 1∼2개월 이상 소요되던 시행령 개정을 2주 내로 앞당기는 ‘패스트 트랙’ 등을 도입하며 일부 과제를 급히 수용했다”고 말했다.
*시스템 개혁에 주력=정부는 규제시스템 개혁을 위해 지난달 규제비용총량제 도입과 규제일몰제 확대 등을 담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규제 시스템을 확 뜯어고치기 위한 필수적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규제비용총량제란 새 규제를 만들 때 규제비용총량을 유지하기 위해 상응하는 비용의 기존 규제를 철폐하는 제도다. 정부는 현재 규제비용총량제에 대해 규제연구센터 설치, 운영매뉴얼 수립 등을 통해 8개 부처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장애로 규제 발굴, 개선작업도 계속된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이날 회의에서 기업의 현장애로 102건을 새로 발굴해 추가 개선 과제로 보고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의무 투자유지금액 수준을 낮추는 방안, 농지보전부담금의 분할납부 허용기한 연장 등이다. 추진단은 규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문제가 생긴 공무원에 대해서는 중대 범죄가 아닌 경우 면책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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