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동북아, 9월 유엔총회 예정 <국제,정치특집>
9월에는 19일부터 보름간 개최되는 인천아시안게임과 24일 뉴욕에서 막이 오르는 제69회 유엔총회가 예정돼 있다. 아울러 북한과 일본의 납치자 문제 협상과 관련해 북측의 1차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다. 가장 우리와 중요한 행사는 유엔총회다. 이번 총회는 ‘격전’의 현장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화의 기회’가 마련될 수도 있는 중요한 자리다. 이와 관련한 북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유엔총회 때 이수용 외무상을 참석시키기로 했다. 북한 외무상의 총회 참석은 1999년 백남순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북한은 그동안 차관급인 외무성 부상이나 유엔대사를 참석시켜 왔다. 외교가에서는 이 외무상이 참석했던 8월 초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김정은 외교’의 국제무대 데뷔전이었다면 유엔총회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외교적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는 본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이수용 외무상
이 외무상은 기조연설도 하기로 해 핵 보유 및 미사일 실험의 정당성 등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케네스 배 등 북한에 자국민 3명이 억류돼 있어 미국이 접촉에 적극적일 수 있다. 또 중간선거를 앞두고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막을 필요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31일 “여름휴가 시즌이 끝나면서 미국도 한반도 문제를 다시 챙기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곧 북한 문제를 어떻게 가져갈지 종합 판단을 내리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에 적극적인 관계 개선을 제안하는 등 예상 밖 파격 외교로 나설 개연성도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주변국 외교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뒤 국가 발전을 꾀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엔총회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참석하기 때문에 한·일 및 한·미, 한·미·일 정상 간 만남도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관련해선 외교·안보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추석 직후 방미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김 실장이 미국 측 파트너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의 상견례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북핵 문제나 미사일방어(MD)체제 배치 등 한반도 현안 전반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MD체제를 둘러싼 갈등이나 북·미 접촉설, 한·중 간 밀월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공조체제 유지가 핵심 목표가 될 전망이다.
*북·일 밀월 가속화
북한은 이달 중 일본에 납치자 관련 1차 조사 결과를 제시할 예정이어서 북·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도 있다. 일단 북한이 적극성을 띠고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1차 조사 결과가 일본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납치자 생존자 발견과 같은 진전된 내용이 포함되면 일본 최고위급 인사의 방북도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는 한·미가 아베 총리의 방북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일 및 북·미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회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일과 대립해 왔지만 11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유화적 태도로 전환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큰 만큼 인천아시안게임 때 북측의 누가 참석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물꼬를 틀 여지도 있다. 유엔총회 때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이 외무상이 접촉할 수도 있다. 결국 9월에 펼쳐질 동북아 외교 변수의 키는 북한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북측이 한·미·일·중에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나설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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