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세월호 특위 합의<정치특집>
여야 원내대표가 7일 세월호특별법(세월호법)과 민생법안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서로 양보했다”며 여야가 서로를 치켜세우고 있지만, 정부·여당 요구가 대거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장 세월호 가족들은 “청문회 일정 합의 외에는 여야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세월호법 논의 과정에서 함께 단식하는 등 가족들과 호흡을 맞춰 온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이 머쓱해졌다.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2시간 25분간 회담했다. 회담 초반 두 원내대표는 7·30 재·보선 선거전 중 네거티브 캠페인을 언급하며 고성을 주고받았다.
40여분 동안의 ‘공개 설전’ 이후 이어진 1시간 30분 동안의 ‘비공개 회담’에서 세월호법 등 각종 쟁점에 대한 일괄 합의를 일궈 냈다.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출범을 위한 민생법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과 오는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가족과 면담 일정을 잡은 게 새누리당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새정치연합 역시 ‘발목 잡기’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듯하다.
세월호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의 면모, 상설특별검사법에 따른 수사 방식 등은 새누리당의 입장이 대거 반영된 형태로 합의됐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후보추천위가 2명의 후보자를 추천,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게 된다. 특검후보 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에서 추천한 4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와 가족 몫의 조사위 추천권을 동수로 하자던 가족 요구는 실현되지 못했다.수사권·기소권이 부여된 조사위 구성을 요구해 온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회의 유경근 대변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게 우리 아이들이 죽어 가야 했던 진실 규명을 맡기라는 말이냐”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청원한 법률안을 읽어 보긴 했는지, 무슨 생각으로 합의를 했는지 궁금하다”고 혹평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의 애정 어린 충고로 단식을 중단했는데, 오늘 보니 단식을 몰아내고 야합을 하려고 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단원고 3학년에게 여야가 특례 입학 길을 터준 데 대해서도 가족대책위는 “대입 특례는 개나 주고, (수사권·기소권 쥔 조사위를 갖춘)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했다. 여야는 단원고 2학년의 대입 특례를 비롯한 보상·배상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추후 협의하기로 한 반면 대입이 임박한 3학년에 한해 별도 특례법 제정에 합의했다.
한편 외부 법률전문가들은 새누리당 입장과 동의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유가족의 심정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특위에 조사권은 몰라도 수사권을 준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국가권력체계와 헌법상 국가제도 자체를 허물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어짜피 특위의 활동을 보고 특검에 가면 특검에서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유병언의 로비가 여야 정치권 어디에도 미쳤다고 볼 수 있는데 누구를 믿고 정치권의 특위에 수사권을 준다는 말인가? 또 ‘특위에 조사, 수사권을 다 주면 야당이 이를 자기들만 유리한 채 조사, 수사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입장이다. 이 사건 자체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큰 사건이라 국가신뢰 손상 자체를 한탄할 일이다. 그럴수록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특검”만은 제3의 정치권과 상관없는 신뢰할만하고 자격있는 자가 수사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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