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주석 부부 국빈방한
미.일 긴장 요동치는 동북아
[류재복 대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3일 낮 1박2일 일정의 국빈 방문을 위해 한국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국빈 방중에 대한 답방 성격이며, 두 정상이 회동한 것은 취임 이후 다섯 번째다.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전용기 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에 내린 시 주석은 공항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 내외, 권영세 주 중국대사 내외,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그리고 최종현 의전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시 주석 내외는 시내 한 호텔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뒤 청와대를 방문, 오후 4시께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잇따라 한다.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관계 발전 및 북핵문제와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 등에 대한 공조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어 양국간 실질협력 강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10여 개의 협력문건에 합의·서명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날의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한다. 양 정상은 이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을 끝으로 시 주석의 방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시 주석은 방한 이틀째인 오는 4일에는 양국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하는 '경제통상협력포럼'에 박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또 같은 날 국회를 찾아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고 서울대에서 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통해 한국 젊은 세대와 소통한다. 정홍원 국무총리와도 면담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訪韓)이 미·일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은 중국이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을 이용해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고 미국의 대(對)아시아 영향력을 축소시킬 것을 우려한다.
특히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 해석을 바꾼 일본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결정이 한국과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극도로 경계하는 눈치다.
미국 유력 일간인 뉴욕타임스(NYT)는 3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시 주석의 방한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확고한 지위를 밀어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보기 드문 이정표"라고 말했을 정도로 미국은 시 주석의 방한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일본은 양국 정상이 역사 문제와 관련해 공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단순히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만 머물지 않고 일본의 역사 왜곡 도발에 강경 대처하기로 결의할 경우 일본의 동북아 내 고립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결정 직후 한·중 당국이 한목소리로 일본을 규탄한 것은 이런 상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뒷받침한다.
중국과 일본 간 긴장 관계는 120년 전 청·일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과 동·남중국해에서의 해양 패권을 다툴 정도로 도처에서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일본 열도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는 이런 동북아 역학관계를 엄중히 의식해서다.
이와 관련해 NHK는 "중국이 주권과 영토 문제로 일본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 대립하고 있는 만큼 시 주석이 한국을 중시하는 자세를 부각해 이 지역에서의 고립을 피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산케이신문은 중국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은 한국의 요청을 받은 것"이라며 한·중 당국이 역사 문제와 관련해 협력할 가능성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