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신임 총리 후보자 문창극, 국정원장 이병기 주일대사 내정
[권맑은샘 기자/스포츠닷컴]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신임 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 '검증 통과'에 가장 큰 무게를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출범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세월호 참사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을 비장의 카드로 내세운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검증의 벽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박 대통령은 리더십과 국정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는 '학습효과'로 더 이상의 검증 실패는 있을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고 한다.
결국 그동안 언론에 거론되던 유력 후보군에 전혀 포함되지 않던 문 전 주필이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후보군에 이름이 거론되던 인사들 중 다수가 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이 '제3의 인물'로 눈을 돌린 결과로 해석된다. 외견상 관료와 법조인 출신에게 크게 의존했던 기존의 인재풀에서 탈피한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인이나 법조인 출신 인사들보다는 재산형성 등 각종 도덕적 덕목에서 문제의 소지가 적을 것으로 판단한 점도 인재풀 외연확장의 이유로 꼽히기는 한데 문 후보자가 언론인 또는 교수로만 활동했을 뿐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기존 국가운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문창극 카드를 뽑은 또 다른 배경으로는 박 대통령이 후임 총리의 '소임'으로 거론한 적폐 해소 및 공직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이 거론된다.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인선을 발표하면서 "강직한 언론인으로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며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자가 특히 우리사회의 대표적 기득권층으로 여겨지는 관료나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해관계를 초월해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대변되는 공직개혁이나 적폐 해소를 추진력있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창극(66) 국무총리 후보자는 30년 넘게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언론의 외길을 걸어온 보수 성향 의 중견 언론인 출신이다. 1948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문 후보자는 서울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중앙일보에 입사하면서 언론계에 입문했다. 사회부 기자로 출발해 1979년 정치부로 옮긴 뒤 정치부장까지 지내는 등 기자생활의 대부분을 정치부에서 보내 정무 감각을 갖췄고, 주워싱턴특파원과 미주총국장을 지내며 국제 감각도 겸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부장 이후에는 논설위원과 논설위원실장, 논설주간, 주필, 대기자를 거치며 사설과 칼럼을 주로 써왔다.문 후보자는 지난 2011년 4월 '박근혜 현상'이라는 칼럼에서 "행정수도를 고수한 것이나 영남 국제공항을 고집한 것은 나라 전체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지역 이기주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여질 뿐"이라며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적이 있어 대통령에 대한 직언이 가능한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관훈클럽 총무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관악언론인회 회장 등 국내 언론인들의 각종 모임에서 굵직한 자리를 맡은 경력도 있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기자(부사장 대우)를 끝으로 언론계 생활을 마무리했으며, 이후 고려대 미디어학부 석좌교수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했다.
부인 채관숙씨와 3녀.
▲충북 청주(66) ▲서울고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대 정치학 박사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워싱턴 특파원·정치부장·미주총국장·논설위원실장·논설주간·주필·대기자 ▲관훈클럽 총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관악언론인회 회장 ▲고려대 미디어학부 석좌교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초빙교수
산임 국가정보원 원장에 이병기(67) 주일대사가 내정됐다. 외교관 출신의 정치인인 만큼 정무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군 출신에 대북 강경파였던 전임 남재준 원장과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서울 출신의 이 대사는 경복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외무고시에 합격해 케냐주재 한국대사관을 근무하던 중 1981년 보안사령관을 거쳐 당시 정무장관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서로 발탁됐다.
이 대사는 노 대통령 시절 비서실 의전수석비서관 등을 지내면서 심복이자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김영삼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보와 안기부 2차장을 역임하면서 외교 분야 외에 정보, 안보 관련 업무에서도 전문성을 쌓았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정치특보를 지낸 이 대사는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도우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5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는 박 대통령 캠프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전략통'이라 불리며 핵심역할을 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여의도연구소 고문자격으로 외교 안보는 물론 정무 분야에서도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주일 한국대사로 임명됐다.
청와대가 "한반도 상황 속 안정적 개혁의 적임자"라고 임명 배경을 설명한 데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대사는 전임 남 원장과는 달리 좀 더 '큰 그림'을 갖고 국정원을 이끌 것이란 기대섞인 평가가 나온다. 앞서 남 원장은 대북 억지력만 강조하면서 외교 공간을 좁히고, 국내적으로는 국정원 댓글사건과 간첩 조작의혹사건에 휘말렸었다. 외교와 안보 분야를 두루 경험하며 쌓은 전문성, 노 대통령 보좌를 기점으로 축적한 정치력 등이 이 대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야권 인사와도 소통이 잘되는 합리적 인사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능력들이 정권 출범 이후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외교 안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 지가 관건이다. 이 대사는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는 대선 캠프 때 합을 맞춘 바 있고,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는 외교부 선후배 사이다.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도 '팀워크'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이 대사에게는 당장 숙제가 국정원 개혁 요구를 어떻게 풀어낼 지다. 청문회에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야당의 집중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경색된 남북관계와 심화하는 동북아 긴장을 풀기위해 이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지도 주목된다.
▲1947년 서울 ▲경복고, 서울대 외교학과 ▲주제네바대표부·주케냐대사관 근무 ▲민정당 총재보좌역 ▲대통령 의전수석비서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 ▲안기부 2차장 ▲이회창 대선후보 정치특보 ▲여의도연구소 상임고문 ▲2007년 박근혜 경선 캠프 선거대책부위원장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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