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구민회관 500여명 참석, 후보자간 난타전 심해
세 후보자 소개동영상 이어 정견발표 순으로 진행
[스포츠닷컴/류재복 대기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를 최종 결정하는 정책토론이 서울 을지로에 소재한 중구 구민회관에서 9일 오후 2시부터 개최 되었다.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정몽준· 김황식· 이혜훈 예비후보는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때로는 협공, 때로는 날선 공방을 벌이며 막판 표심잡기에 돌입했다.
이날 토론회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시작으로 홍문종 공천심사위원장의 인사가 있은 후 세 후보를 소개하는 영상과 세 후보의 정견발표가 있었다. 첫 정견 발표자로 나선 정몽준 후보는 최근 지하철 2호선의 추돌사고를 거론하며 "사고를 막지 못해 마음이 실로 무겁다. 지하철 역사상 초유의 이번 사고는 잘못된 인사 배정과 원칙 없는 정략적 인사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어 "박원순 시장이 근무 경력이 없는 금융노련 인사를 메트로 부장에 임명했고 해고된 이들을 경력직으로 편법 채용했다"면서 "서울대공원 인명 사고도 잘못된 인사 사례"라고 말하며 "박원순 시장은 작년 4월 인디밴드 출신 인사를 대공원 원장으로 임명하여 지난해 11월 사육사가 호랑이에게 목을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육사는 입사 이래 26년간 곤충관에서 근무했는데 엉뚱하게 맹수관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또 지하철 공기질을 지적하며 “박원순 시장은 지하철 공기질을 1년에 한번만 측정해 발표한다. 이렇게 중요한 측정을 1년에 한번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한 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언론사 YTN과 제가 측정한 것과 서울시가 측정한 결과가 다르다. 언론사와 제가 한 것은 기준치를 훌쩍 넘어섰는데 서울시는 언제나 기준치 아래였다. 서울시가 1년에 한번만 측정하면서 기준에 맞을 때까지 측정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이혜훈 후보는 "박원순 시장은 '아무 일도 안 하는 시장으로 남겠다'는 처음 공언대로 안전과 관련해선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며 "어제 TV토론회서 지하철 사고에 대해 ‘인재였다. 전적으로 제 책임이었다’, 말씀은 정말 멋있게 했다. 책임감 있는 시장으로 들린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책임감 있는 시장인가? 절대 아니다. 역대 최고의 무책임한 시장이었다고 생각 한다"고 가세했다.
이 후보는 또 "지난 2년 반 동안 그 많은 안전사고가 났을 때 어디에 가 계셨나? 무엇을 했는지 정말 묻고 싶다"며 "즉각 인정하고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만들겠다고 했으면서 그때는 왜 180도 다른 대응을 했는지, 왜 그때 다른 모습이었는지, 그때는 선거가 아니었고 지금은 선거가 코 앞이어서 그런지 묻고 싶다"고 힐난했다.
세 후보 모두 박원순 서울시장 신랄하게 비판
김황식 후보 “박 시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이 후보는 또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로 대학생 100여명이 사망했는데 안전점검반을 공사장에 넣겠다고 말한지 불과 한 달이 조금 지나 4월에 사고가 또 발생했다. 제가 현장에 즉각 가 현장에 있는 분에게 여쭤봤다. 서울시에서 안전점검반이 나왔냐고 물었더니 여기 이 현장 근처에는 오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지막 발표자인 김황식 후보는 "박원순 시장은 우리 두 후보가 그 문제점을 세세히 지적했다. 전 거기에다 원칙적으로 몇 가지를 더 보태겠다"며 "박 시장은 중앙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갈등을 조장했던 분이다. 가령 보육예산과 관련, 중앙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심지어 좌절되자 버스, 지하철 등에 광고하면서 중앙정부를 비난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제가 총리하면서 박 시장과 임기가 한 1년 반 가량 겹쳤다"며 "원래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돼 있다. 그 회의 때마다 박 시장은 서너 번 출석하시고 그 외 수십 번은 출석을 안 했다. 오세훈 시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출석해서 국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서울시정과 관련된 일이면 의견을 제시했었다"고 박 시장을 질타했다.
김 후보는 또 "박원순 시장은 전임 시장이 했던 모든 사업을 토건행정, 전시행정이라고 백지화하고 유보했다"며 "선거가 앞으로 다가오자 경전철을 다시 시작,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큰 업적인 냥 말하고 새빛둥둥섬을 얘기하는 등 위선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또 "박원순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하나는 국가관, 준법의식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그분은 계속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행법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걸 달리 해석하고 달리 행동하는 사례를 보여 왔다"고 국가관을 문제 삼았다.
세 후보의 정견발표가 끝난 후 이어 각 후보 측의 패널들이 상대 후보에게 정책 관련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토론에 앞서 후보자 및 패널들을 향해 “반드시 정책과 관련된 질문만 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홍 교수의 이 같은 요청은 패널들의 날선 질문에 묻혀버린 모습이었다.
우선, 이 후보 측 패널로 나선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김 후보의 저격수로 나섰다. 정미홍 더 코칭그룹 대표의 문제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그는 “정 대표가 부적절 발언으로 경찰 수사를 받자 김 후보 캠프에서 ‘정미홍은 우리 캠프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았다’며 꼬리 자르고 정 씨를 버렸다”면서 “기본, 원칙, 준법정신, 청렴을 강조한 김 후보가 필요 없으면 버리는 자세를 보이는 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측 인사 ‘정미홍’씨, 세월호 문제발언 공격도
정몽준후보 “5천만국민중 극소수 좌파빼고 애국자”
이에 김 후보가 “정 대표가 우리를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캠프에서 공식 직함이 있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해명하자, 지 전 대변인은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선대본부장 정미홍’이라고 적힌 정 씨의 명함을 들어 보이며 압박했다.
정봉준 후보를 향한 질문 공세는 더욱 날이 섰다. 김 후보 측 패널로 참석한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정 후보가 2010년 당시 ‘민주화 됐다고는 해도 아직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오래 드리웠다’는 내용으로 발언했던 것을 언급하며 “아무리 그래도 우리 보수 진영에서는 경제발전을 중시 한다”며 정 후보의 시각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정 후보는 “대한민국 보수들이 황 패널을 '우리 보수 진영'이라고 할지 의문이다”라며 “너무 자신하지 말라. 우리나라 5천만 국민이 살고 있는데 극소수 친북좌파를 빼면 그분들 모두 애국자이고 우리나라의 보수”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황 소장은 정 후보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고, 사회자의 제지가 반복됐지만 패널들의 이 같은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김황식 후보는 정 후보를 직접 겨냥, “정 후보가 본선에 나가면 서민 대 재벌 구도가 된다”고 정몽준 필패론을 거론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김 후보 캠프의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그는 “선관위 허가를 받을 때 2000명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는데 실제 3000명~4000명의 유효 응답을 받았다”며 “이는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혜훈 후보는 김 후보의 감사원장 시절을 거론하며 “감사원장 때 해상조난사고 감사를 하지 않았다”고 세월호 참사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황식 후보 측 강기운 의원은 “정 후보가 불법 전화 선거운동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지만 계속 조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물었고 정몽준 후보는 “김후보 캠프에서 불법 사전선거 운동을 했으며 당원명부 유출은 중대한 범죄”라고 맞받아쳤다.
또 ‘허위사실 유포로 맞고소를 당해 고발을 취하한 것 아니냐?’는 강 의원 주장에 “무서워서 회피한 것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몽준 후보는 패널(정후보 측)이 용산 개발 사업을 거론하자 “김 후보 측근이 코레일 사장으로 와서 용산 사업이 좌초됐다”고 운을 뗀 두 “코레일 사장이라는 분이 헌신적으로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한 것을 측근들을 데려와서 수수료 달라하니 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네거티브공방 중단 선언하고도 토론회서 계속 공세
이혜훈후보 “당, 공천관리 공정하게 했으면 좋겠다”
최근 불거진 경선 룰에 대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황식 후보는 “정 후보의 여론조사가 가장 앞서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74%가 새누리당 지지자”라며 “본선에 가면 새누리당 지지와 중간층, 야당에 염증 내는 사람이 다 내게로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 후보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 상당수가 야당 지지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분들이 야당 찍지 우리 찍겠냐”며 김 후보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혜훈 후보 측 정인봉 전 의원은 정 후보를 겨냥했다. 정 전 의원은 “정 후보가 7선 국회의원인데 26년 동안 법안 통과 한 것은 5건 정도”라 비꼬았다. 이에 정 후보는 “법이 많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살기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이혜훈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김황식 후보가 전날 네거티브 공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정책토론회에서 거듭 공세를 이어가자 두 후보를 질타했다. 그는 "두 후보께서 어쨌든 고소한 것을 취하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당이 좀 공천 관리를 공정하게 했으면 좋겠다. 옐로카드도 주고 레드카드를 불사하는 마음으로 관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안돼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을 흔드는 현 시장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마했다"며 "제 목표는 대통령을 성공시키는 게 목표다. 당연히 현 시장을 내려오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고 누가 후보가 되든 제 목표는 현 시장을 내려오게 하는 것"이라고 서울 탈환이란 목표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오늘 우리 후보들은 정책 토론을 하려고 모였다. 정책이란 것이 사실 칼로 두부 자르기처럼 잘라지지 않는다"며 "정책은 그 사람이 가진 인격과 양식, 철학을 토대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책을 나오게 하는 인격, 야심, 철학을 집고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상대후보 흠집내기에 열 올려
여론조사 10일-11일 진행, 12일 서울시장 후보자 발표
그는 이어 "두 후보의 공약이 좀 더 치밀했으면 좋겠다. 물음표가 있는 공약도 있고 말만, 제목만 있는 공약도 있다"며 "전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수개월간 서울을 돌면서 서민들을 만나고 고민해서 출마 선언할 때 100개가 넘는 공약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전 제 공약을 갖고 가서 쓰는 것은 나무라지 않는다"면서도 "시장 후보로 나온 분들은 제 공약을 갖다 쓰실 때는 저한테 양해는 구했으면 좋겠다, 제발. 그리고 저의 선거구호 쓸 때는 자기 홍보물에 그대로 쓰진 않았으면 좋겠다. 9월부터 '대권시장' '대권시장' 얘기했는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또 마무리 발언에서 당원들을 향해 "지금 본선은 초박빙이다. 1%를 뺏기느냐, 빼앗아 오느냐 하는 피 말리는 초 접전"이라며 "의혹투성이 후보가 아닌 아킬레스건이 없는 후보여야 한다. 모든 언론들은 아킬레스건이 없는 후보로 이혜훈을 말하고 있다. 단 한 장의 필승카드 이혜훈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자는 총 9개의 질문 중 정몽준 후보는 2.5건, 이혜훈 후보는 2건, 김황식 후보는 4.5건을 대답한 데 대해 공정성을 위해 사회자 직권으로 정 후보와 이 후보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이에 김황식 후보측 지지자들은 큰 소리로 항의를 계속했고 사회자는 "김 후보 이해하고 하고 계시는데, 지지하는 분들이 무례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새누리당이 이래선 발전이 없다"며 "퇴장시키라“고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네거티브 난타전이 벌어졌다. 특히 후보들이 각자 내세운 패널을 통해 상대후보 흠집 내기에 열을 올려 토론회 진행이 엉망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새누리당은 오는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서울시장 경선을 실시한다. 경선은 ‘대의원 20%·당원 30%·국민선거인단 30%·여론조사 20%’ 방식이다. 여론조사는 10일과 11일 이틀간 진행키로 했다.
류재복 大記者 yjb0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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