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혹독한 꽃샘추위'…LG전자도 실적 악영향 예상
삼성전자[005930]는 느긋하지만 갤럭시S5 초기 판매량에 악재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이동통신사들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각각 45일간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면서 이 기간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 3사의 순차 영업정지 기간은 13일부터 5월 19일까지 모두 68일로 두 달이 넘는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이통 3사 중 차례로 한 곳씩만 영업할 수 있다. 단순화해 계산하면 두 달 동안 스마트폰 판매량이 기존의 ⅓로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현재 매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이통 3사를 합해 약 150만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정지 기간에는 산술적으로 월간 스마트폰 판매량이 50만대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결국 한 달에 100만대씩 두 달 동안 200만대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 수치는 고스란히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매출 급감과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정지 사태의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되는 제조사는 아무래도 최근 워크아웃을 맞게 된 팬택이다.
팬택은 지난해 경영난으로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에서도 구조조정과 신제품 출시 등을 거쳤다. 이를 통해 회사를 흑자 구조로 돌릴 수 있는 목표라고 강조해온 스마트폰 월 판매량 20만대를 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통사 영업정지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이 ⅓로 축소되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달성했던 판매량 20만대 실적이 다시 7∼8만대 수준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
게다가 팬택은 현재 국내 시장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해외 판매 비중을 늘리는 우회영업도 쉽지 않다.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 영업으로 인한 여파가 팬택에게는 혹독한 '꽃샘추위'로 귀결된 셈이다.
LG전자로서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팬택처럼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최고급 제품이 많이 팔리는 국내 시장의 판매량 저하는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국내 시장에 전략 제품인 G프로2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악재다.
상반기에 G프로 시리즈를, 하반기에 G시리즈를 내놓는 영업전략을 펴는 LG전자로서는 상반기에 G프로2 판매량을 바짝 올려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G전자[066570]는 미래부의 영업정지 명령이 있기 전 팬택과 함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영업정지 처분을 재고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다만 LG전자가 최근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내놨다는 점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LG전자로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중국 시장에서 선전한다면 국내 시장 판매량 저하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느긋한 곳은 삼성전자. LG전자나 팬택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 의존도도 낮은 데다 현금흐름이 좋아 시장 상황이 어려워도 충분히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로서도 장기 영업정지는 다소 신경이 쓰일 수 있다. 갤럭시S5 출시일이 영업정지 기간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갤럭시S5가 출시되는 다음 달 11일은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의 영업정지 기간이다. 이에 따라 갤럭시S5를 출시일에 판매할 수 있는 곳은 LG유플러스[032640](U+)뿐이다.
이통 3사를 통해 한꺼번에 내놓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초기 판매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다른 이통사 고객이 LGU+로 번호이동을 하면 갤럭시S5를 살 수 있지만 SK텔레콤 '충성고객'이 많은 한국 이통시장 특성상 해당 번호이동 고객의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영업정지 기간 기기변경을 통한 스마트폰 판매가 얼마나 이뤄지는지가 제조사들의 숨통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업정지에서는 기기변경도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지만 소비자 불편을 막고자 분실·파손 제품이나 24개월 이상 사용한 제품은 예외로 했다.
그러나 워낙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짧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기기변경 대상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09 06: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