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으로 드러난 추악한 두얼굴들
“시인 고은, 女대학원생 성추행 신체 주요부위 노출”
고은 시인(85)의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불과 10년 전에도 그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고 있다. 최영미 시인(57)의 최초 폭로 직후 고 시인은 “30년 전 일이다. 격려 차원에서 손목을 잡았으나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수의 문학계 인사에 따르면 고 시인의 성추행은 오랜 기간 이어졌다. 26일 40대 문인 A 씨에 따르면 2008년 4월 고 시인은 지방의 한 대학 초청 강연회에 참석했다. 행사 후 뒤풀이 성격의 술자리가 열렸다. 고 시인과 문인 출신인 다른 대학의 교수(60), 여성 대학원생 3명 그리고 A 씨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고 시인은 옆에 앉은 20대 여성 대학원생에게 “이름이 뭐냐” “손 좀 줘봐라”고 말하며 손과 팔, 허벅지 등 신체 부위를 만졌다. 누구도 이를 말리지 못했다. 급기야 술에 취한 고 시인은 노래를 부르다 바지를 내리고 신체 주요 부위까지 노출했다고 한다. 한 여성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A 씨는 “그는 이 세계의 왕이자 불가침의 영역, 추앙받는 존재였다. 그런 추태를 보고도 제지할 수 없어 무력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 시인이 자신의 시집 출판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중소 출판사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50대 문인 B 씨에 따르면 사건은 2000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술집에서 일어났다. 고 시인은 여성의 손과 팔,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더듬었다. B 씨와 출판사 대표 등 함께 있던 사람들은 이를 보고도 침묵했다. B 씨는 “여직원은 출판 계약이 잘못될까 봐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리를 피해 눈을 감아버리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후로 나는 고은의 시를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최영미 시인은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1993년 제가 목격한 괴물 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따로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인들은 고 시인의 성폭력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침묵했다고 털어놨다. 더 나아가 일부 문인은 사실상 고 시인의 추태를 간접적으로 돕는 역할도 했다. “고은을 볼 수 있는 기회” “고은과 술 마실 수 있다”고 말하며 술자리에 자신의 여성 제자를 부른 것이다. 40대 문인 C 씨는 “그들은 고은과의 술자리에 여성 제자만 불렀다. 여성을 같은 문인이 아니라 접대부로 취급하는 저급한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50대 시인은 “술과 도박, 여자는 남성 문인에게 ‘낭만’으로 치부되는 문단 내 분위기가 있었다. 성추행을 범죄로 느끼지 못하는 남성 문인이 많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수십 년을 이어온 추태가 드러나지 않은 것은 고 시인의 위상 때문이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고문이고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그는 ‘문단 권력’의 정점에 있었다. 고 시인의 추태를 오히려 ‘시인다움’으로 떠받들고 그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작품성을 과도하게 치켜세우는 문단 내 ‘카르텔’이 공고했다.
50대 여성 시인 D 씨는 “여성 문인 사이에선 ‘고은 옆자리에 가지 마라’ ‘손이 치마 안으로 들어갔다 윗도리로 나온다’는 말이 퍼져 있었다. 그의 기행을 ‘시인다움’ ‘천재성’으로 합리화하는 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문인이라면 한평생 돌아보고 자기로 인해 고통받은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은의 시를 아이들 교과서에서 빼야한다”는 시민들의 비난과 목소리가 날로 켜지고 있다.
배우 조민기 강제추행 혐의 입건
한편, 경찰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배우 겸 전 대학교수 조민기(52)를 형사 입건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27일 조씨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피해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거주지 인근으로 '출장 조사'를 벌인 경찰은 전날까지 8명의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졸업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까지 조사를 진행하면 피해자가 10여명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확보되는 피해 진술에 따라서 적용 혐의는 변경되거나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학생들은 앞서 조 전 교수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던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을 중심으로 모여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 진술을 추가로 확보한 뒤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내달 초까지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을 최대한 확보한 뒤 조씨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20일 새벽 디씨인사이드 사이트에 익명 게시글 작성자는 "청주의 한 대학 연극학과 교수가 수년간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페이스북 등에는 조 전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졸업생들의 폭로가 잇따랐다.
한 졸업생은 "재학 시절 조민기 교수가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뒤 '자고 가라'고 했고 누워 있는 나에게 신체 접촉을 했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2004년 이 대학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2010년 연극학과 조교수로 부임해 지난해까지 학생을 가르쳤다. 1982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조민기는 그동안 굵직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경찰, '미투' 운동 후 "19명 수사 검토"
또 경남의 한 극단 대표도 미성년자 단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성폭력 폭로가 이어진 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현재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 위주로 19명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예술대학교 SNS 익명게시판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던 지난 2007년, 경남 김해의 한 극단에 들어갔다가 극단 대표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 당했다는 내용이다.
수사에 들어간 경남지방경찰청은 가해자로 지목된 극단 번작이 대표 50살 조증윤 씨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2007년과 2012년 당시 16살, 18살이던 여자 단원 2명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다. 미투 운동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현재 미투 운동과 관련해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 위주로 19명의 성범죄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천주교 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
경찰은 천주교 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 등 3명에 대해서도 정식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법당국에 엄정한 수사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여성을 힘이나 지위로 성폭행 한 것은 가해자의 신분과 지위가 어떠하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문대통령은 특히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에 대해서는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시민들도 ”어떻게 노벨상 후보, 신부, 대학교수가 이러나? 사회적으로 자격박탈하고 매장해야 한다. 이래가지고 우리 딸들을 어떻게 키우냐?“며 공분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