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주범 김영철 방남, 둘로 쪼개진 정치권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5일 남한에 내려왔다. 김영철의 방남으로 여야는 정면 충돌했다. 자유한국당이 김 부위원장의 육로 이동 경로인 경기도 포천 통일대교 남단을 점거해 물리력 행사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난하는 등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놓고 여야가 충돌한 것이다. 김영철은 지난 천암함 폭침 사건의 장본인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철을 포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별도 회동이 성사될 경우 야당의 추가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북한 고위급 인사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한 정국 경색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를 비롯해 대부분 상임위원회가 반쪽 운영된 데 이어 이번주에도 여야 갈등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일부 비쟁점 법안만 통과시킨 채 2월 임시국회 역시 '빈손'으로 종료할 공산이 작지 않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에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표가 김 부위원장이었다는 점을 거듭 부각시키며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 방남에 대한 일부의 우려와 부정적 여론을 인정하며 대승적 이해를 촉구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부위원장 방남에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우리 정부 역시 대승적 차원의 이해와 양해를 말씀드렸다"면서도 "도로를 점거하는 과격한 시위로 일관하는 한국당의 작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국당을 겨냥했다. 백 대변인은 "2014년 남북군사회담 당시 북측 대표가 김 부위원장이었으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대감과 환영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며 "'기-승-전-색깔론'으로 중무장한 채 오로지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에 혈안이 된 한국당의 작태는 자기부정이고 모순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북한 도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중요한 문제지만 이와 함께 정치권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도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 평화를 구축해 가는 노력"이라며 "민주당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책임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 대변인은 "그러나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실질적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민주당은 향후 한반도 안보에 대해 국회 차원의 협력을 원칙으로 한국당과 긴밀한 논의를 할 것이고, 대승적 이해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반면 전날부터 김영철 방남을 막기 위해 통일대교 남단에서 1박2일 '육탄저지' 밤샘 농성을 벌인 자유한국당은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훙준표 대표는 농성에서 "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로의 변혁을 통해 남북 연방제로 가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이것이 우리가 김영철의 방한을 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김영철 방한 저지투쟁을 통해 우리 천안함 용사가 목숨으로 지킨 대한민국이 김영철에 의해 유린당하지 않게 반드시 통일대교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농성 중 '김영철 즉시 사살', '철천지원수', '살인마'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해산 후 낸 논평에서 "살인마 전범 김영철에게 샛문을 열어준 것은 권력남용이고, 국정농단이고, 반역행위"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말은 안 들어도 북한의 말은 왜 이토록 맹종하느냐"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회의를 하는 데 이어 26일 오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규탄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김 부위원장 방남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국회 보이콧에는 선을 그으며 한국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 정부가 김영철의 방한을 수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도 "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하고 민생문제를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닷컴 정치,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