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여정 방남 후 주변4强과 '핫라인’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으로 청와대가 외교적으로 어떤 후속조치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 밑그림이 나와 있지 않지만,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强)을 상대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 초청이 있었던데다 친서(親書)를 매개로 남북 정상간 '간접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변국들의 '디브리핑' 요구가 높을 수밖에 없는 데다 상황을 공유하며 신뢰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로서는 나아가 이번 방남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적극적으로 살려 북미간 대화를 촉진하고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나간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방북 추진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최대 관전포인트는 단연 북미대화를 중재하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김정은의 특사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여건'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 한반도 주변상황과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뜻으로, 그 핵심은 가장 큰 대립축을 형성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간에 대화 재개라고 할 수 있다. 김 제1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한 문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에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 대표단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한 탓에 미국을 상대로 보다 정교한 설득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른 시일 내에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2일 "미국과는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남북 관계와 관련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며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아직 계획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가동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간 '핫라인'을 토대로 방남결과를 공유한 뒤 가까운 시일 내에 정상간 통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용-맥매스터 핫라인'은 지난해 문 대통령의 첫 방미 전에 '뇌관'과도 같았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사전에 매듭지은 데 이어 북한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도발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한미 입장을 조율하는 통로였다.
남북대화를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의 대화와 협상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중국과의 외교적 채널 가동도 주목된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기간에 미국 인사들에게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해야 한다"며 "미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적절한 해결에 노력할 의향이 있다"는 말로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로서는 중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데 있어 지원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달 말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두 달여 만에 중국 정부 행사에 등장하는 등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으로 경색됐던 북중 관계가 해소되는 분위기를 보인 점은 중국이 북미 대화 성사에 '도우미' 역할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통화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을 실무적으로 이끈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간 핫라인도 가동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는 러시아·일본에도 어떤 형태로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결과를 설명하는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스포츠닷컴 정치1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