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紀)의 재판 항소심, 이재용 완승
(世紀)의 재판에서 특검이 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 결과는 이 부회장 측의 완승이었다. 1심에서는 뇌물공여와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 5개 범죄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 승마지원 일부만 뇌물로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모두 원심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형량도 징역 5년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형으로 감형됐다. 이 부회장은 구속 353일만인 5일 오후 풀려났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다툰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는 모두 다섯가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작년 2월 이 부회장을 기소하며 정유라 승마지원 213억원(약속 135억원 포함)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 등 총 433억원의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또 이와 연결된 횡령, 범죄수익은닉,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포함했고, 국회에서 이 부회장이 최씨 모녀(母女)를 잘 모른다고 증언한 것도 허위라며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세 차례 독대를 한 것 외에 ‘0차 독대’가 있었다고 공소 사실을 추가했고, 1심때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로 구분했던 뇌물죄를 “두 가지 성격이 다 있다”며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리고 1심과 같이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특검팀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정유리가 실제 사용한 말과 차량 이용대금 36억원만 인정했다. 특검팀이 주장한 나머지 승마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준 돈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청탁이나 어떤 대가를 요구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특검의 주장은 사건 본질이나 의미와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뇌물로 인정된 36억원이 삼성전자의 돈으로 지급된 만큼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법정 최고형이 가장 높았던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1심에서 36억원이 인정된 반면 항소심에서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차 사용하기 위해 국내 재산을 은밀히 해외로 빼돌려두는 것이 도피의 개념”이라며 “이 부회장은 최씨에게 뇌물을 준 것이지 몰래 빼돌려 놓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0차 독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0차 독대는)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실은 아니다”라며 “이 역시 안봉근의 진술만으로는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논란이 됐던 ‘청탁’ 부분에 대해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삼성물산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은 없었다고 하면서도 이 부회장이 경영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는 포괄적,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개별 현안들이 이 전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과정에 있었고, 이를 위해 뇌물을 줬다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개별 현안들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일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설사 승계작업이 존재하더라도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또 하나의 쟁점이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공범인지 여부에 대해선 1심과 같이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측근인 최순실이 승마지원 등을 통해 뇌물을 받아가도록 조종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은 공동의 의사에 따라 기능적 지배를 통해 범행을 실행했으므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 사건을 삼성이 경영권 승계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에 뇌물 준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 사실의 핵심인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의 존재 인정할 수 없고, 삼성이 추진한 개별 현안들이 이 부회장에게 미치는 영향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대통령의로서의 지위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고 사익(私益)을 추구한 최순실로 봐야 한다”며 “결국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채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뇌물공여로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