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서지현 성추행 사건 진
상조사 맡아
조희진(56·19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의 진상 조사를 맡게 됐다. 조희진(56·19기) 서울동부지검장은 검찰 창설 이후 '첫 여성 검사장'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검찰 내 여성 대표 주자로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 사회적 파장이 큰 이번 사건의 조사를 전면에서 지휘하게 돼 법조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1일 대검찰청은 서 검사 사건과 검찰 내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을 구성하고 조 지검장이 단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조 지검장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0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검찰 내 여성 검사로서 첫 부장검사, 첫 지청장, 첫 검사장 등 '최초', '1호' 수식어를 독차지해 왔다. 검찰 내 소수인 여성 검사들의 맏언니로 '유리 천장'을 뚫고 길을 닦아왔다.조 지검장은 1998년 신설된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으로 임명돼 첫 여성 법무부 과장이 됐고 2004년에는 의정부지검에서 첫 여성 부장검사 타이틀을 가졌다. 이듬해에는 사법연수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07년~2008년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부장검사로 근무했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 대전지검 천안지청장 등을 거쳐 2013년 12월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검찰 역사상 첫 여성 검사장이 됐다. 이후 첫 여성 지검장으로 제주지검·의정부지검 검사장을 지내고 지난해 8월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됐다.
지난해에는 문무일 현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 최종 4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조 지검장은 여성 폭력 범죄 등과 관련해 다수 논문을 집필하는 등 평소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에는 후배 여검사들과 의기투합해 여성 폭력 범죄에 대해 다룬 '여성과 법'을 출간했다. 향후 진상 조사의 구체적 계획과 방식은 조 지검장에게 모두 일임됐다. 조 지검장은 우선 부단장으로 여성정책부서 근무 경력이 있는 여성부장 검사와 일선 검사, 수사관 등 단원 10여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조사는 서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검찰 내부의 각종 성희롱·성추행 등 성범죄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국 각 검찰청의 일선 검사와 수사관을 상대로 제보를 받거나 익명의 전수조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서 검사의 의견을 가장 먼저 듣고 이후 당시 성추행 현장에 있었던 검사나 직원, 법무부 감찰부서 검사, 사무감사 및 인사와 관련된 검사 등 관련자들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과정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 내 서지현 검사 응원 확산
한편, 이번 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폐쇄적이고 경직된 검찰의 조직 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 검사는 31일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장례식장안에서 있었던 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혼자만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왜 조직이 귀 기울일 수 없었는지에 주목해 달라"며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언론과 시민들께서 우리사회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 가져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 검사가 내부망에 올린 글에는 응원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80개가 넘게 달리는 등 검찰 내부에서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망 특성상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많은 검사들이 서 검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한 부장검사도 내부망에 글을 올려 후배 검사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검사는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본인도 선배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의 글을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안타깝다"면서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나쁜 모습인데, 이번 기회에 잘못된 불법 행위, 비위 행위 등에 대해 완전히 근절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의 성추행 논란이 커지면서 외부에서도 서 검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오전 통영지청에는 서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속속 배달됐다. 서 검사가 병가를 낸 상태여서 전달되지는 못했지만 응원의 꽃바구니는 통영지청 로비를 가득 메웠다.
서 검사의 동문인 이대 법조인 및 이대 법대·법학전문대학원 동창회 294명은 "우리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 서 검사를 지지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서 검사를 향한 응원이 쏟아졌다. 여야는 공식 논평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을 지지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하얀 장미를 들어보이며 서 검사를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흰 장미는 '#미투(Me too)' 운동에 연대를 표하기 위해 그래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스타들이 일제히 가슴에 달았던 것으로 반(反) 성폭력에 대한 연대를 상징한다.
또한 서 검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검찰총장이 철저한 조사를 약속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수사를 검찰에 맡길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한다"며 국회 차원의 특검 임명을 제안했다.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도 서 검사를 응원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부터 나서서 성폭력을 막자"는 '미 퍼스트'(#Me First) 운동을 제안했다.
문 부장판사는 "서 검사님이 당한 일이 충격적인 것은 일국의 법무부 장관 옆에서, 다수의 검사가 뻔히 두 눈 뜨고 지켜보는 장례식장에서 버젓이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라며 "한 명, 단 한 명이라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하며 제지한다면 이런 일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단 한마디다. 나부터 그 한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진상조사단장을 맡게된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문무일 검찰총장이 주재한 검사장 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