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를 위한 동계올림픽인가?”
북한, 금강산 남북합동 문화공연 일방적 취소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 공연을 북한이 갑자기 취소하겠다고 29일 밤 늦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우리 통일부는 북한이 이날 밤 10시 10분쯤 우리 측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 언론들이 평창올림픽과 관련, 우리가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를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언론이) 우리 내부의 경축 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북측이 언급한 ‘내부의 경축 행사’는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건군절 열병식을 뜻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통지문은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명의로 돼 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23일 금강산 문화회관 내부를 점검하던 방북한 우리측 선발대
앞서 남북은 지난 17일 고위급회담 실무회담에서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을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또 세부 일정도 사실상 합의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발표가 미뤄졌고, 이는 이 행사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논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북한은 이날 국내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아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이를 두고 취소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유 반입 등을 놓고 ‘제재 논란’이 인 것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지적 등이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금강산 합동문화공연 취소로 인해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이 공동 훈련을 갖기로 합의한 것 등 다른 합의 행사들도 진행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측이 한밤중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일에도 현송월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訪南)하기로 했다가 한밤중에 돌연 “방남 일정을 중지하겠다”고 통지한 바 있다. 북측은 당시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하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북한, ICBM, 5만명 동원 무력시위 열병식, 우리정부는 “평창과 무관”?
한편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건군절을 기념해 5만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열병식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다양한 화력 무기를 선보이는 대외 무력시위성 행사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열병식이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 열리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며 ‘북한의 내부 행사’라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5만명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 열듯
노재천 합참공보실장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2월 8일 북한 건군절에서 진행될 열병식은 작년 4월과 유사한 패턴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정규군을 창설한 1948년 2월 8일을 건군절로 여기다 1978년부터 조선인민혁명군 창설일인 4월 25일을 군 창건일로 기념해왔다. 작년에는 건군절보다 열흘 앞선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4월15일・태양절)에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작년 태양절 열병식은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축하연설과 1시간30분 가량 퍼레이드 순으로 진행됐는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KN-08,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지상발사가 가능하도록 개량한 북극성 2형 등 북한의 전략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또 KN-06 지대공 미사일과 4연장 대함미사일, 300㎜ 방사포 등도 선보였다. 미국의 대북압박이 본격화된 시점에 대놓고 ‘ICBM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어 건군절에는 열병식 대신 인민군 창설 85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군종합동타격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수 ㎞의 해안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300여문의 대구경자행포(자주포)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며 “포성과 함께 번개같이 날아간 복수의 불줄기들이 연해연방 ‘적진’을 산산이 들부시었다”고 보도했다.
합참의 설명에 따르면 오는2월8일 진행될 북한의 열병식도 이 같은 규모와 수준의 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군 열병식 준비 행사에 동원된 인력도 5만여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진행 중인 열병식 행사 준비에 동원된 인력이 1만3000여명에서 5만여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내퍼 주한 미 대사 대리는 최근 이런 북한 열병식에 대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한 것은 올림픽 정신을 존중해 내린 결정이었는데, 북한이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는 명분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올림픽 정신의 훼손이자 국제사회를 향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북한 열병식은 평창과 무관하다”더니... 열병식 찬반의견도 못밝히는 통일부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월드컬처오픈에서 개최한 ‘제1차 한반도 전략대화’에서 “북한이 건군절에 위협적인 열병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당히 큰 규모의 병력과 북한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병기들을 다 이렇게 (동원)하면서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열병식의 성격에 대해선 “북한 나름대로는 올해 70주년 정권수립 건군절을 맞고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후계자로서 완전히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하는 측면에서 당 중심의, 국가중심의 그런 걸로 가는 측면에서 행사들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며 내부적 행사로 평가했다.
조 장관은 27일 “(열병식은)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하는 게 아니다”며 “평창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은 평창올림픽대로 하는 것이며 이 시기에 열병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장관의 북한의 열병식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정치권에선 “평창올림픽 전야를 그야말로 대대적으로 북한 체제 홍보로 가득 채우게 될 것”(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北 열병식 옹호하는 통일부 장관은 제 정신인가”(권성주 바른정당 대변인)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정부는 북한의 체제 선전용 열병식을 자제하라고 북측에 요청하기는커녕 행사 자체에 대한 찬·반 의견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통일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열병식에 대한 우리 정부의 찬반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 정부 나름대로 판단한 것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하긴 한계가 있다”며 함구했다. 백 대변인은 조 장관의 그간 발언을 다시 언급한 뒤, “이런 부분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계기를 잘 활용해 평창(올림픽) 이후에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의도대로 이용당하거나 말려드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우리 나름대로 충분히 대처해 가면서 우리 측면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아리송 하다. 한 시민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평창올림픽인가? 우리 올림픽인가? 북한의 올림픽인가? 올림픽 기간에도 저들 무력시위 체제선전에 말려들어서야 되겠는가? 온 국제사회가 저들을 제재하는 마당에 도대체가 처음부터 저들과 될 일이 아니었다” 라며 우려, 비판 지적했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