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계법안 정비, 국회는 '느릿느릿'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난 지 한 달 이상이 지났고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난지도 몇일 지났지만 국회에서 소방안전 관련 법안 정비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당 상임위원회는 지난 10일 소방안전 관련 법안 5건을 일괄 처리하며 뒤늦게 대책 마련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개헌과 정치보복 논란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되는 2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고 이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20대 국회 초반부터 최근까지 국회에는 다양한 소방안전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곳을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2017년 3월 발의)이나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소방차전용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2016년 11월 발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제천 화재 이전까지 해당 법안에 대한 검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제천 화재 참사 이후부터 최근 약 한 달 사이 소방안전과 관련된 개정안은 추가로 13건이나 발의됐다. 소방차의 통행을 위해 주정차 차량을 강제 처분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나 소방활동 중 발생한 재산상 손해배상 책임을 해당 소방공무원에게 묻지 못하도록 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제천 화재 당시 조기 진압을 방해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들로 지적된 내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0일 안전 및 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소방기본법 개정안 등 소방안전 관련법 5건을 일괄 처리했다. 국회가 소방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국회가 폐회 중임에도 행정안전위소위를 열어 1년 넘게 잠자던 법안들을 부랴부랴 통과시킨 것이다.
소방차 통행을 위한 주정차 금지구역을 지정하고 공동주택에 소방차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마침내 상임위 벽을 넘었다. 그러나 법안 최종 확정까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여야 모두 소방안전 관련 법안 개정 필요성에 동의하는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쉽게 처리될 가능성도 있지만 6·13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간 복잡한 상황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28일 “30일부터 2월 임시국회가 본격 가동되지만 여야가 개헌과 정치보복 논란 등 쟁점으로 대립할 경우 국회가 공전돼 소방안전 법안 처리까지 영향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포츠닷컴 박통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