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 37명 사상자
170여명 발생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26일 발생한 화재는 대형참사였다. 이 화재로 37명이 사망하는 등 총 1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32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오후 1시 30분 37명이 사망하고 131명(중상 18명, 경상 113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피해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소방청과 최만우 밀양소방서장 말을 종합하면 불은 최초로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사망자 41명을 포함한 1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큰 불길은 불이 난 지 2시간 뒤인 오전 9시30분쯤 잡혔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과 세종병원 뒤편에 위치한 세종요양병원에는 총194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환자는 세종병원 100명, 요양병원 94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세종병원 1층과 2층에서 주로 나왔으며 5층에서도 일부 사망자가 나왔다. 세종병원 3층에는 중환자실이 위치해 있다. 소방청의 당초 설명과 달리 병원 뒤편에 위치한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 중에서도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 구조요원들은 화재 발생 직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그러나 호흡기를 차고 있던 노인들 중 일부가 대피 과정 혹은 대피 이후 치료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최초 화재 당시 간호사 2명이 밖으로 탈출해 "갑자기 뒤쪽에서 불이 났다"고 증언한 가운데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원인을 파악 중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소식을 접한 즉시 서울 광화문에서 헬기를 타고 밀양 화재현장에 도착, 수습작업을 지휘했다.
김 장관은 밀양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제천 화재에 이어 밀양에서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행정역량을 총동원해 부상자 치료 등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밀양시는 유족들의 고통과 아픔이 최소화되도록 장례절차 등을 잘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복지부, 경찰청, 국토부로 구성된 범정부 현장지원단은 오전 9시10분쯤 밀양 사고 현지에 급파되어 사고 수습을 진행 중이다.
해당 병원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5층짜리 의료시설로 지어진 해당 건물의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화재 발생 직후 경보음이 울렸는지에 대해서도 별도로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화재는 병원 자체에 호흡장애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화재 사고에 굉장히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이 환자인 사망자들은 화상 환자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질식해 숨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사망자 중에는 의사 1명, 간호사 2명 등 병원 관계자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최 서장은 "(사망자 중) 6명은 1층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힌 상태에서 발견돼 바로 이송조처했다"며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1시 30분 현재도 건물 내부 인명 검색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화장실에 갔다가 복도에 들어서니 연기가 자욱하고 살려달라는 고함이 계속 들렸어요." 부산 북구의 한 병원 입원실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부상자 하용규(89) 씨는 불이 났을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씨는 전날 감기 때문에 세종병원에 입원했다가 하루 만에 화재를 겪었다. 이미 세종병원에 네 번가량 입원한 적이 있다는 그는 이번에는 병원 5층에 있는 7인실에 입원했다.
하씨는 여느 때처럼 아침을 먹고 혼자 걸어서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불이 난 것을 알았다. 5층 입원실 복도에는 하얀 연기가 차 있었고, 곳곳에서 '사람 살려! 사람 살려!'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하씨는 119구급대원의 도움으로 병원 건물 외부에 설치된 사다리차를 타고 1층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구조 당시 환자복만 입어 한파 속 칼바람을 맞으며 1층으로 내려왔다.
하씨는 "내복을 안 입고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며 "1층으로 내려오던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지만,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기관지가 좋지 않았던 데다 화재 당시 연기를 조금 마셨던 탓에 말을 오래 하면 기침이 계속 나오는 상태다. 하씨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아직까지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같이 입원했던 사람들은 괜찮은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하씨의 딸 말진(60) 씨는 "화재 뉴스를 보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아서 가슴이 철렁했다"며 "인명피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는데 우리 아버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