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활비’ 의혹, 김백준, 김진모 구속, 검
찰칼끝 MB 턱밑으로
MB정부의 김백준 전 대통령실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구속됐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과 관련한 이명박 정부 청와대 윗선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7일 특활비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전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 전 비서관 영장심사를 심리한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업무상횡령 부분에 관해 혐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발부 배경을 밝혔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 후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를 기다리던 이들은 곧바로 수감됐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향후 국정원 자금의 용처 규명에 주력할 예정이다. 용처를 규명하다 보면 자연스레 윗선이 밝혀질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들이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 핵심 참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사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구인 점과 김 전 기획관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정도로 내밀한 관계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사 경과에 따라선 검찰 칼날이 이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 40년 지기로서 ‘MB집사’로 불려온 김 전 기획관은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각각 2억원씩을 받아챙긴 혐의다. 검사 출신인 김 전 비서관은 특활비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특활비와 관련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김 전 기획관은 ‘돈을 건넸다’는 다수의 국정원 관계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금고지기였던 그는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을 상대로 돈을 받는 배경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집중 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장 등의 진술을 통해 김 전 기획관의 입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최근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의 관여를 입증할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2008년 2억원이 건네진 후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전달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는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비서관도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용처 등은 함구하고 있다. 그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를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에 대해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입막음용으로 쓰려 국정원에서 받은 자금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은 2012년 4월 윗선으로부터 입막음 대가로 받았다는 5000만원의 신권 현금으로 된 ‘관봉’을 폭로한 바 있다. 이 돈의 출처가 실제 국정원으로 밝혀질 경우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민간인 사찰 회유 의혹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012년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결과 박영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기소했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 대한 개입 사실은 확인하지 못한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