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창동계올림픽-"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 파견“
북한은 평창 동계올릭핌에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남측에 파견하기로 했다. 북측 예술단은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남북은 15일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5개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남북은 "북측 예술단의 공연 장소, 무대 조건, 필요한 설비, 기재 설치 등 실무적 문제들은 쌍방이 협의하여 원만히 풀어나가도록 하고, 북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사전 점검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공동보도문은 전했다.
아울러 남측은 북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으며, 기타 실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은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접촉 뒤 브리핑에서 "북측이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진행하는 일종의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 축하공연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서울과 강릉 등 2회 공연으로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공연장에 대해선 사전점검단이 오면 "후보 공연장들을 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강릉에서는 '강릉 아트센터'에서 올림픽 개막일 전후에 공연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서울에서는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등이 대관 가능 일정을 정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내용은 북측에서 "통일 분위기에 맞고, 남북이 잘 아는 민요, 세계명곡 등으로 구성하겠다고 설명을 했다"고 이 실장이 전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이 기존에 알려진 삼지연악단인지는 불분명하다. 삼지연악단이라고 하기엔 140명이라는 인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측 대표단의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오케스트라 규모는 한 80명이며 노래와 춤 등이 합쳐져 140명"이라고 소개했다.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이 방남 예술단에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모란봉악단은 공동보도문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통일부 당국자는 "삼지연 악단을 말하는 것인지 새로 (구성)했는지 추가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연을 위해 기존의 여러 공연단에서 인력을 뽑아 새로 구성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예술단이 남측에서 공연하는 것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당시 북한 예술단이 동행해 공연한 이후 15년 6개월 만이다.
북한 예술단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도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며, 남측에 내려오는 북한 예술단 규모로는 이번이 역대 최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예술단을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내려보내겠다고 우리 측에 요청했다.
이 실장은 "(북측이) 예술단이 판문점을 경유해 서울-평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을 요청했다"면서 우리측은 북측 예술단이 공연지역인 서울과 강릉을 오갈 때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KTX를 이용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를 거쳐 판문점을 통한 북한 예술단의 육로 방남을 최종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통일부는 "정부는 앞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북측 예술단 공연이 남북관계 개선 및 문화적 동질성 회복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 “남한당국, 여론관리 못하면 잔칫상이 제사상”, 우리언론에 협박
한편, 북한은 남북 대화에 응한 자기들의 속내를 의심하는 일부 남측 언론 보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여론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잔칫상이 제사상이 될 수 있다”고 우리 정부를 위협했다. “남북 화합을 방해한다”며 미국을 향한 비난도 멈추지 않았다. 1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 관련 남북 실무접촉이 열린 이날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 부장 김철국은 ‘잘못된 여론이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 제하 논평에서 “남조선 보수 언론들 속에서 동족의 성의를 우롱하고 모독하는 고약한 악설들이 쏟아져 나와 세상을 경악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북한의 대화 제의를 ‘화전 양면 전술’, ‘한미동맹에 균열을 만들려는 북의 이간질’ 등으로 평가하거나 응원단ㆍ예술단 파견 의도를 ‘(평창 올림픽을) 대내외 선전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한 일부 우리 언론의 보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다. 논평은 이어 “동결 상태에 있던 북남관계가 좋은 출발을 하기도 전에 동족에 대한 온갖 악담을 일삼고 있는 남측 보수 언론 때문에 남조선 당국이 그처럼 광고하는 평화 올림픽이 대결올림픽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며 “함부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제멋대로 입을 벌리며 붓대를 놀리다가는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정세 국면이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사태로 급랭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인 제의와 노력을 우롱하며 그에 역행한 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간수)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전날 북한은 관영 매체들을 통해 “대화 상대 앞에서 무례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평창 올림픽 참가 결정 번복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다.
대미 비난도 이어갔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민족의 대사를 망쳐놓으려고 발광하는 아메리카 깡패들’ 제하 개인 필명 논평에서 “북남 고위급 회담이 좋은 결실을 거두어 관계 개선의 첫 돌파구가 보기 좋게 열렸다. 그러나 우리 민족끼리의 이 광경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심술 사납게 놀아대는 깡패무리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미국의 현 집권세력”이라며 “(미국은) 북조선(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최대의 제재와 압박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뇌까리며 북과 남의 화합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3개의 핵항공모함 타격단이 한꺼번에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 몰려오고 있다”며 “애당초 조선반도 정세가 완화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죽도록 싫은 것이 미국의 심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입에 놀아나면 안된다. 남한 언론이 뭐라고 하든 그것은 제대로된 언론자유가 있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고 그것을 빌미로 대남 전략전술을 쓰는 북에 뭐하러 끌려다닌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