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신도시 오피스텔 화재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의 성탄절 평온이 일순간에 깨졌다. 25일 오후 2시 46분께 광교호수공원 옆 SK뷰 레이크타워 오피스텔 공사현장 지하에서 불이 나며 건물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으로 뒤덮인 것이다. 제천화재 참사로 온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한 것이 불과 몇일 전이다. 수원 광교신도시 오피스텔 화재 발생 당시 건물 내부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는 121명이었다. 검은 연기가 치솟자 이 중 100여 명이 급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불길이 거세지며 출구가 막히자 근로자 10명은 미처 탈출하지 못해 건물 내에 고립됐다.
근로자들이 대피처로 택한 곳은 다름 아닌 옥상이었다. 총 41층 중 공사가 진행된 14층 꼭대기에 올라간 근로자들은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주변 아파트와 상가를 휘감은 검은 연기에 놀라 바깥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화재 현장을 지켜봤다. 현장을 목격한 신모(31)씨는 "연기가 워낙 크게 피어오르다 보니 많은 사람이 놀란 표정으로 화재 현장을 바라봤다"며 "제천에서 난 불로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또 이렇게 큰불이 나면 불안해서 살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출동한 소방헬기가 건물 옥상으로 날아와 제자리 비행하다가 줄을 내려 근로자 1명을 가까스로 구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불은 지하 2층에서 산소절단 작업 중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화재 초기 영상을 보면 건물 지하 부근으로 보이는 바닥면에서 시뻘건 불길이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고, 불꽃 주변엔 검은 연기가 쉴새 없이 솟구친다. 연기는 공사 중인 건물 꼭대기인 14층을 넘어 광교신도시의 하늘을 잿빛으로 물들였다.
인근 원천저수지에서 물을 싣고 날아온 소방헬기는 수차례에 걸쳐 물폭탄을 퍼부었으나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화재 현장을 포함해 주변 곳곳에 공사현장이 많아 타워크레인을 피해 비행하는 소방헬기의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하기도 했다. 이날 불로 옥상에 발이 묶였던 근로자 10명 중 1명은 헬기로, 나머지 9명은 계단을 통해 진입한 소방대에 의해 각각 구조됐다. 이들을 포함해 12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또 안타깝게도 추가 인명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30대 추정 남성이 사망했고, 소방관 2명이 다쳤다. 한편 소방당국은 불이 나자 대응 2단계를 발령, 인력 120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서 3시간여 만에 작업을 완료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