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선냄비 조심하세요”?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사랑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연말이다. 그런데 이 선량하고 순수한 마음을 악용하는 파렴치한 일들이 거리에서도 벌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가짜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최근 길을 걷다 자선냄비를 보고 냄비에 돈을 넣었는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봤더니 평소 알던 구세군 자선냄비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거리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좋은 마음으로 한 기부인데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 않다. 연말이면 구세군 활동가들이 구세군 자선냄비를 사칭하는 불법 모금행위를 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 구세군 측은 구세군 자선냄비와 유사한 형태로 불법 모금하는 행위들이 잇따라 제보되고 있다며 기부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외형으로 가짜 자선냄비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휘슬러 코리아가 제작하는 진짜 구세군 자선냄비는 윗면보다 바닥이 조금 넓은 원통형으로 양옆에는 위로 향해 뻗은 손잡이가 달려있다. 냄비 위쪽에는 '구세군 자선냄비 본부'라는 검인이 찍힌 확인증이 붙어있다. 구세군 측은 "기존의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와 다른 외형과 색을 가지고 있고 구세군 방패 마크 대신 다른 모양이 찍혀있을 경우 의심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진짜 구세군 자선냄비의 경우 활동 기간이 정해져있다. 올해는 지난 1일에 광화문에서 열린 '2017 자선냄비 시종식'을 시작으로 오는 31일까지 거리 모금이 전개된다. 이 기간 이후에 거리에 자선냄비가 보인다면 '가짜 구세군 자선냄비'라고 의심해도 무방하다. 현행법상 구세군을 사칭하거나 정부에서 발급한 기부 금품 모집 등록증 없이 모금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시민들로부터 모금행위를 하는 단체는 '기부 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집 목적·목표액·방법 등을 행정자치부 혹은 해당 지자체에 신고한 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박사모 목사단체, 가짜 구세군 자선냄비 논란
한편, 대전에서 구세군의 자선냄비와 유사한 '자선냄비'가 등장해 모금을 벌이고 있다는 고발글이 올라와 논쟁이 벌어졌다. 구세군교회 장재흥 사관은 28일 페이스북에 '가짜 자선냄비의 실체'라는 말머리를 달아 "대전역 앞쪽에 가짜 자선냄비가 출몰했다. 그런데 행안부가 승인했다네요? 가운색깔 3발 냄비걸이까지 똑같고 단지 냄비색만 녹색 칠했다"고 글을 올렸다. 공개된 가짜냄비 사진 속 냄비는 원통형의 모양으로 냄비와 냄비걸이의 색상도 연두색 이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 따르면 당시 연두색 냄비를 본 시민들이 진짜 구세군 자선냄비냐고 의문을 가졌고, 현장에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에서 이같은 모금활동을 벌인 단체는 나눔과기쁨으로 밝혀졌다. 나눔과기쁨은 친박 성향의 인물로 알려진 서경석 목사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서 목사는 탄핵반대집회를 주최하는 보수단체인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의 집행위원장으로 탄핵반대집회에 참여해 "대통령 퇴진 요구는 마녀사냥이고 인민재판"이라며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장 사관은 "서경석 박사모 먹사…이렇게 가짜로 모금해서 박사모 집회에 쓰는것은 아닌지"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눔과기쁨의 대표인 서경석 목사가 탄핵반대집회를 주최하는 단체의 인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모금액이 박사모의 탄핵반대집회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장 사관의 주장이다. 장 사관은 "법적 처리를 해야한다. 이미지 도용으로 소송해야 문제가 안생기는데"라면서 "행자부장관에게도 항의해야 한다. 충청지방본영에 신고했고, 법원에 모금중단 가처분 신청을 해야한다"고 전했다.
장 사관은 이날 한 언론에 "서경석 목사는 그간 민심이 담긴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면서 "때문에 서 목사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서하는 모금에 의문이 들었고 탄핵반대집회 자금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금된 금액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서 쓰이는지에 대한 사항도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여러 단체에서 무단으로 모금활동을 벌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는 모금이 갖고있는 의미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대해 나눔과기쁨 측은 “행정자치부의 허가를 받아 4년째 이어오고 있는 모금 활동"이라며 "모인 모금액은 독거노인에게 쌀이나 반찬을 나누는 등 차상위계층을 돕는데 쓰이고 있다" 고 해명했다. 이어 "구세군의 자선냄비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빨간색인 구세군의 냄비와는 다르게 우리는 재단의 상징색인 연두색을 사용하고 있고, 가운은 빨간색이긴 하지만 가슴쪽에는 나눔과 기쁨 재단 로고가 뒷면에는 '나눔은 희망입니다'라는 카피가 적혀있다"고 부연했다.
이후 유사냄비 논란에 구세군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유사한 모금 방법 대신 다른 방식으로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돌보는 데 힘을 모으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진짜나 가짜나 둘다 정말 구질구질하고 짜증난다. 선한 마음이 더러워져 돈내기도 싫다."라고 말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까지 진짜가짜 논란이 생기고 정치색깔이 투영되어 시민들을 찌푸리게 하고 우울하게 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