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중국 안보이익 해치려는 의도 없다.
미국으로부터 다짐“
문 대통령은 11일 한반도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과 관련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 관해서 한국과 중국은 각각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입장에 대해서는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그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열리는 제3차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를 확실히 '봉인'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의 새로운 출발을 공식화하자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거듭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을 결정한 것"이라며 "한국의 방위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지, 결코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해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중국이 사드가 가지고 있는 레이더의 성능 때문에 이것이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염려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도 또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사드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 목적을 넘어서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은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그 점(사드가 중국의 안보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으로부터도 여러 번 다짐을 받은 바 있다"며 중국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또 우리 정부의 3불(사드 추가배치 불가·미국 MD체제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입장에 대해서는 "사드에 관한 입장은 결코 새로운 입장이 아니다"라며 "과거부터 한국이 지켜왔던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양국간에 서로 깊은 이해를 이룬 것이 10월 31일자 협의였다"며 "사드 문제는 별개로 해결해 나가면서 양국 간에 경제·문화·정치·안보·인적교류·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베트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2차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10·31 협의를 다시 확인하면서 양국 간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그때 시 주석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 좋은 시작을 말씀하셨는데, 완전히 공감한다. 이제 한중 양국이 사드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발전의 시대를 위해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긴장해소 방안과 관련,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오판을 멈추고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핵만이 자신들의 안보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북한과 같은 작은 나라가,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뒤처진 나라가 오로지 핵 하나만 가지고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히려 남북 간 평화와 협력이 북한 안보를 지켜줄 수 있다"며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한은 안보에서 아무런 위협이 없었다. 그 시기에 남북 간에는 북한 핵의 폐기와 함께 평화협정의 체결, 그리고 북미관계의 정상화까지도 함께 논의되고 추진된 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핵문제에 대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나오게끔 하기 위해 가장 긴요한 것은 한국과 중국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라고 본다"며 "한중 양국은 북한의 핵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북핵 불용, 그리고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에 대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똑같은 입장에 서서 한국과 중국이 보다 긴밀하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노력을 해 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강인한 희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둠이 짙을수록 오히려 새벽이 가까워 온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런 믿음 속에서 한국과 중국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면서 새벽을 앞당기는 그런 노력을 함께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중과 관련, "가장 큰 목표를 양국간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데 두고 있다"며 "양국은 수교 25년 동안 여러 방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근래 얼마 기간 동안 양국 간의 신뢰 관계가 상당히 무너졌다"고 지적하고 "양국 관계 신뢰를 회복하고, 양국 국민들 간 우호정서가 증진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경제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뤘으나 정치 · 안보 · 문화 · 인적교류 등 여러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발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제 한중 양국은 경제 분야 외에 다양한 다른 분야에서도 함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과 2022년 개최 예정인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거론하며 "두 번의 연이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한국과 중국 간에 스포츠 교류, 그리고 관광 교류를 보다 활발하게 전개해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남북 간의 평화를 위해서도 아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세 번째 회담을 갖는 시 주석에 대해 "말과 행동에서 아주 진정성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하고, '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는 중국 말을 인용하며 시 주석에 대한 강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