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론, 북핵위기 심각한 반응들
미국 정치권, 조야가 심상치 않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쏘아 올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은 사실상 미국에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였다. 워싱턴의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고각(高角) 발사를 해서 그렇지 정상 각도로 쐈으면 화성-15형은 1만3000㎞를 날아 워싱턴에 도달했을 것이란 말이 퍼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해졌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베리 페이블 선임 부회장은 지난 5일 북핵 관련 토론회에서 "북한은 구소련과 중국에 이어 핵과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한 세 번째 나라가 됐다"면서, "미국이 이런 북한을 오래 참아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7일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 참모들의 발언 수위가 너무 높다. 전례 없는 위기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이 전문가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이 도발을 할 것 같으냐"고 질문했다. 한국에 있는 군인 아들이 평창 올림픽 때 지원 업무를 할 예정이라 걱정된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다수의 사람들이 북핵을 '국제 문제'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내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데이비드 생어 뉴욕타임스 안보 전문 기자는 최근 "미국 보통 사람들은 북한 미사일이 혹시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 아닌가만 걱정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 대륙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ICBM 능력을 증명하자 미국의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을 약속해왔던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미국 정부는 선수들의 참가를 주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6일 "미국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가 여전히 의문"이라고 한 데 이어 백악관과 국무부도 7일 "미국인 보호 최우선"을 강조했다. 한반도 상황을 그만큼 위험하게 본다는 뜻이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 등은 이미 "주한 미군 가족 철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화성-15형의 충격은 미 행정부와 의회 핵심 인사들의 초강경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맥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은 3일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고 했고,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선제공격이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경파인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도 7일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군사 공격이라면 이를 사용해야 한다. 단 마지막 대안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CIA국장 후보 코튼, 중국 비난
워싱턴이 화성-15형 도발에 느끼는 긴박감 뒤에는 중국에 대한 서운함도 있다.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마러라고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적극 움직여 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북한 ICBM은 예상보다 더 빨리 사거리를 늘리고 있다. 차기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거론되는 톰 코튼 상원 의원은 7일 "북한 문제에서 중국은 파트너라기보다는 방해꾼"이라면서, "중국은 북한 핵 능력을 제거하기를 바란다고 25년 동안이나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카네기 평화재단에서 7일 열린 제재 관련 토론회에서 한 전문가는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미·중 관계가 악화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미국이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맥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이 최근 "북핵이 한·일 독자 핵무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배경에도 중국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최근 워싱턴에선 '3개월 데드라인설'이 돌았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최근 "CIA 수뇌부가 북한 ICBM을 중단할 수 있는 시한은 3개월뿐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한 데서 나온 것이다. 앞으로 3개월이면 북한이 미국 전역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반격 능력을 갖추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최근 비공개 토론회에서 "내년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를 시한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미는 3~4월에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을 실시해왔다. 한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7일 한국국제교류재단 송년회에서 "그동안 내가 가진 대화 채널로 여러 번 대화 노력을 했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60일 도발 중단을 할 경우 미·북 대화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반도도 심각하지만 미국 정치권과 조야의 여론도 심각한 상황이다.
스포츠닷컴 국제,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