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흥도 해상, 낚싯배 급유선과 충돌, 13명 사망, 2명 실종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3일 오전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한 뒤 뒤집혀 배에 탄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선장과 승객 등 2명이 실종됐다. 사고 상대 선박인 급유선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이 긴급구조에 나섰지만, 충돌로 인한 강한 충격과 사고 해역의 강한 물살 등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다. 해경과 해군은 함정 39척과 항공기 8대를 동원해 주변 해역에서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가 난 낚싯배 선창1호(9.77t)가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것은 3일 오전 6시였다.
선장 A(70·실종)씨와 선원 B(40·사망)씨, 20∼60대 낚시객 20명을 태운 선창1호는 부두를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 당시 바다에는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지만 낚싯배의 출항신고와 허가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사고 선박은 정상적으로 낚시어선업 신고를 한 배로, 승선 정원(22명)도 준수해 출항절차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선창1호는 출항 9분 만인 오전 6시 9분께 진두항 남서방 약 1마일(1.6㎞) 해상에서 336t급 급유선과 부딪혀 뒤집혔다.
사고가 나자 승객 중 한 명이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했다. 상황을 전달받은 인천해경은 오전 6시 13분 사고 해역과 가장 가까운 영흥파출소에 고속단정 출동을 지시했다. 고속단정은 오전 6시 26분 출발해 오전 6시 42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112신고가 접수된 지 33분 만이었다. 그 사이 낚싯배와 충돌한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원들은 바다에 빠진 낚싯배 승객 4명을 구조했다. 해경은 뒤집힌 낚싯배 안에 14명이 갇혔고, 8명은 바다에 빠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과 해군 함정·헬기가 속속 사고 해역에 출동해 수색·구조에 가세했지만, 바다에 빠진 선장 A씨와 승객 B(57)씨는 발견하지 못했다.
날씨가 나빠 첫 해경 헬기는 기상 상황이 호전된 오전 7시 24분께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강한 물살 탓에 낚시객들이 사고 지점에서 바로 발견되지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도 인명피해를 더한 요인이 됐다. 배 안팎에서 발견된 승선원 20명 중 의식이 없던 이들이 끝내 숨지면서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나머지 생존자 7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선체 안에서 발견된 14명 중 11명이 숨졌고,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발견된 6명 중에는 2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선실에 있던 승객들이 선박 충돌의 충격으로 기절했다가 갑자기 물을 먹는 바람에 사망자가 많았을 것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해상 표류자 중 사망자보다 선실 내 사망자가 많은 이유를 뒷받침한다. 해경은 일단 실종자 수색에 주력한 뒤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1시 사고 해역에 크레인 바지선이 도착, 낚싯배 인양작업에 착수했다. 선체가 바지선 위로 올려지면 선내를 수색해 실종자가 있는지 다시 확인할 예정이다.
해경은 사고가 난 낚싯배가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이었고, 이날 출항도 정상적인 신고를 거친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 당시 구조된 승객들도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낚싯배와 급유선이 바다에서 충돌한 이유가 해상교량 밑을 지나기 위해 운항하다가 부딪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기상 상황이나 출항신고 등 선창1호의 운항 준비 과정에선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두 선박이 영흥대교 교각 사이의 좁은 수로를 통과하려다가 충돌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 "희생자 가족 챙겨라" 지시, 기민대응 눈길
한편, 인천 낚싯배 전복사고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현장 지휘관이 구조·수색 작업을 주도하도록 현장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희생자 가족을 챙기도록 지시하는 등 세심하게 '빈틈'을 메워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급박하게 돌아가는 구조 상황은 현장 지휘관이 책임있게 판단과 실행을 해나가도록 하는 '현장 중심' 대응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동시에 희생자 가족에게 빨리 연락을 취하고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도록 주문하는 등 현장에서 미처 신경 쓰기 어려운 부분은 문 대통령이 직접 챙긴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 대응과정의 부조리를 겪은 문 대통령이 현장중심 재난구조와 피해자 중심 지원 활동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인천 낚싯배 전복 사고 발생보고를 받고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첫 번째로 지시한 사항은 '현장의 모든 전력은 해경 현장지휘관을 중심으로 실종 인원에 대한 구조작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었다. 현장지휘관이 중심이 돼 실종자 수색에 진력하라는 지시로, 상부 보고 등을 이유로 귀중한 인명을 구할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해경과 해군, 현장주변 어선이 서로 협업해 재난구조 지휘 일원화를 주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같은 현장 중시 원칙은 지난달 15일 포항 강진 사고 때도 분명히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부와 행정안전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포항지역 현장에 직접 내려가 수능시험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진 발생 당일 포항에 직접 내려가 피해 수습을 진두지휘했고 수능시험 연기 결정도 이끌어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지시한 여섯 가지 사항 중 네 번째는 '신원이 파악된 희생자 가족에게 빨리 연락을 취하고, 심리적 안정지원과 기타 필요한 지원사항이 있는지 확인 및 조치할 것'이었다. 사고자 수색·구출에 여념이 없는 현장에서 신경을 쓰기 어려운 부분을 챙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현장 구조작전과 관련해 국민이 한치의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추측성 보도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혹시라도 현장의 관계자들이 사망자 수 등 민감한 정보의 공개를 꺼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일부 언론의 초기 대형오보가 빚은 혼선도 교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문 대통령은 예전부터 현장의 판단을 최대한 신뢰하고 존중해왔다"며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챙기지 못하는 부분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