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다운 나라”, "한국인이라 좋아요"
발리 여행객들, 우리 특별기 타고 무사히 귀국
화산 분화로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고립됐던 우리 국민 273명 중 179명이 대한항공의 특별기를 타고 무사히 귀국했다. 30일 오후 9시 10분께 인천공항 입국장 전광판엔 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 KE630D편 A330 특별기가 안착했다는 '랜딩(착륙)' 안내가 떴다. 이 비행기는 이날 오전 5시 51분 인천공항을 떠나 발리 덴파사르공항으로 향했다가 현지시간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3시) 다시 기수를 띄워 약 6시간여 만에 인천에 내렸다.
입국장 게이트를 통과한 한 여행객은 "안전하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왔다"며 "국가에서 특별기도 보내주고 신경을 많이 써준 것 같아서 굉장히 감사하다. 오면서 '한국인이라 좋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인과 여행을 갔다 온 한 아빠는 "관광객들이 공항에 발이 묶였지만, 대다수가 평온해 보였다"며 "언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지 몰라서 걱정됐지만, 사흘 더 지내는 데 불편한 것은 없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올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여행객들을 돕는 인도네시아 현지 외교부 직원들
평생에 한 번 겪기 힘든 사태 앞에 다소 지친 이들도 많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갔다 온 여행객은 "예정보다 사흘이나 발리에 더 머물렀지만,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몰라 계속 공항 근처 호텔에만 머물렀다"며 "남들은 관광 더 할 수 있겠다며 부러워했지만, 불안감에 호텔 밖을 떠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부부는 "원래 오늘 오전 1시 도착하는 비행편이었는데 미뤄졌다"며 "언제 출발할 수 있을지 모르니 계속 기다리다가 현지시간 정오에야 오후 1시에 뜨는 비행기 탑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아기를 부모님께 맡겨놓고 온 터라 죄송하고 빨리 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직장 사정에 마음을 졸인 사람도 있었다. 7살, 5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여행차 다녀온 이은경(47·여)씨는 "귀국이 이틀 늦어졌는데, 학원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라 타격이 더 크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발리는 익히 알려졌듯 주로 신혼부부나 연인들이 밀월여행을 위해 찾는 곳이다. 뜻밖의 일정 연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승객도 눈에 띄었다. 연인과 함께 귀국한 김모(27)씨는 익명을 요구하며 "주변에 여행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다녀온 것이라 지금 귀국하는 것이 알려지면 큰일"이라며 황급히 공항을 떠났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 아궁화산의 분화로 지난 27일 오전부터 현지 공항이 폐쇄됐다가 현재 주간에 한해 공항 이용이 재개된 상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발리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한 호송을 위해 전세기 파견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라"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으나 발리 현지의 외교부 대처는 다소 혼선이 있어 약간 미흡했음이 여행객들의 전언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대한항공 특별기 외에 정부가 보낸 아시아나 전세기는 12월 1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고 하여튼 1차로 179명은 무사히 귀국했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얼굴도 환하다. 한 시민은 “이게 나라다운 나라다. 이 일을 계기로 이젠 우리나라도 진짜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한다. 발리를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내 가슴이 다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발리 여행객들은 진정 우리나라와 국민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맨날 권력형 비리나 터지고 국정농단에 세월호 사고 같은 후진스러운 사건 사고 올해로 다 날려 버려야 한다”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스포츠닷컴 사회,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