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발한 미사일 ‘화성15형’의 심각한 의미
북한, 미사일 도발 후 중대보도
북한 김정은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의 발사 성공을 통해 국가핵무력 완성을 주장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이 보일 태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은 29일 미사일 발사 후 발표한 중대보도 성명에서 "김정은 동지는 '화성-15' 형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보시면서 오늘 비로소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포하셨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이 맞다면 지난 9월 3일 제6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대륙간 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며 "각종 탄도로켓 시험발사들을 통해 충분히 검토된 밀집배치형 핵폭발조종체계의 믿음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 발사로 핵미사일 능력의 완비를 과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자신들의 주장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마감단계라고 했던 핵미사일 개발이 완료된 만큼 앞으로 북한이 국면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이 화성-15형을 한번 쏴보고 성공이라고 밝히는 등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 위해 서둔 느낌"이라며 "국제사회의 제재가 점점 강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시간을 끄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이 이번 발사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핵무력 완성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북한 발표에 재진입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걸 봐서는 오히려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결국 북한이 이처럼 핵무력 완성의 선언에 조바심을 내고 서둘렀다면 국면전환을 위한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선언을 계기로 군사적 행동에 무게를 싣는 행동보다는 대화나 협상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선언은 기술적이고 나중에 정치적으로 신년사 등을 통해 김정은이 직접 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것"이라며 "그때는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에 나서겠다든지 북미 간 핵 군축회담 제안 등과 연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철 교수도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 새로운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며 "내부적으로는 경제개혁조치를 취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대화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내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해 북한이 남쪽에 대해 적극적인 평화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대회 참가는 물론이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파고들어 잇단 대화 제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자신들의 전략무기 개발이 그 어떤 나라나 지역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만큼 평창 동계올림픽의 안정적 개최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기술적 완성도를 높일 필요성이 여전한 만큼 추가적인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이번 발사는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미국의 반응을 보면서 좀 더 강한 도발을 하는 등 추가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이번 발사한 화성-15형 미사일은 북한이 성공이라고 주장하지만 재진입에 대한 언급도 없다. 또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이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만큼의 성능을 가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 제대로 작동하는 핵미사일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가 필요하다. 군 전문가는 "북한이 주장한 대로 기술적 제원과 특성이 향상됐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정상각도로 실제 사격을 해봐야 한다"면서 "고각발사로는 기술 입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에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언제라도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며 "3번 갱도는 상시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이며, 4번 갱도는 최근 건설공사를 재개했고 차량도 왔다 갔다 한다"고 설명했다.
29일 새벽 북한이 쏜 ‘화성15형’은 어떤 미사일?
북한이 29일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새로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이라고 주장해 이 미사일의 실체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성-15형은 지난 7월 4일과 28일 각각 발사한 ‘화성-14형’의 업그레이드 버전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화성-14형의 엔진을 일부 개량해 추력을 키워 적어도 500∼600㎏가량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2단 추진체로 구성된 화성-15형은 기존 화성-14형의 2단 추진체 엔진을 통째로 바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화성-15형은 화성-14형의 연장선 상으로 보인다"면서 "1단은 화성-14형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2단 엔진은 신형으로 교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군의 한 전문가도 "북한이 지난 7월 화성-14형을 2차례 발사했을 때 사거리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사거리가 더 늘어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쏠 것으로 예견했다"면서 "7월 28일 발사 때 고도(3700여㎞)보다 더 올라간 것은 엔진 성능을 개선해 비행 거리를 늘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화성-15형의 1단 엔진은 화성-14형 1단 엔진과 동일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탄두부를 멀리 보내는 역할을 하는 2단 엔진 성능을 개선해 화성-15형으로 명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날 발표한 ‘정부성명’을 통해 화성-15형은 지난 7월 4일과 28일 발사한 화성-14형보다 전술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한 무기체계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대로 화성-15형이 고각발사로 최대고도 4475㎞까지 상승했다면 정상적으로 발사하면 최대 9천㎞∼1만여㎞는 비행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서부연안을 타격할 수 있는 비행거리이다. 다만, 화성-15형이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만큼의 성능을 가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표준적인 핵탄두 무게는 500∼600㎏인데 1000㎏가량의 중량을 가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술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 전문가는 "북한이 주장한대로 기술적 제원과 특성이 향상됐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정상각도로 실제 사격을 해봐야 한다"면서 "고각발사로는 기술 입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성능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이는 화성-15형의 2단 엔진이 액체형 또는 고체형인지도 관심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실시한 로켓 엔진 시험을 모두 액체형 엔진 시험장에서 한 것으로 미뤄 액체엔진일 가능성이 크다. 군 전문가는 "올해 북한의 로켓 엔진시험은 모두 액체형 엔진시험장에서 했다"면서 "기본적으로 화성 계열의 탄도미사일의 엔진은 모두 액체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단 로켓이 고체형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영근 교수는 "2단을 신형 엔진으로 교체했을 것으로 보이며 고체엔진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면서 "2단 엔진은 크기가 적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고체형으로 단기간에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15형은 화성-14형보다 탄두가 커졌고, 길이도 늘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성-14형의 길이는 18∼20m로 추정된다. 군 전문가는 "화성-15형은 화성-14형보다 탄두 중량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체 길이도 화성-14형보다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9일 새벽에 쏘아올린 ‘화성15형’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1만3천Km로 추정된 ICBM이라며 북한에서 미국동부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전역은 물론 영국, 호주까지 위협하는 전략무기라고 평가했다.
북한 미사일, 미국 직접위협, 트럼프, "우리가 처리하겠다"
한편, 미국 정부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이 75일 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자 이를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도발로 규정했으나 기존의 대북 정책을 고수하면서 대북 압박조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돼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발사 사실을 보고받은 데 이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다뤄야 할 상황"이라며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바뀌느냐는 질문에 "바뀌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최고의 경제·외교적 압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 추적한 미 국방부는 북한이 이날 오후 1시 17분(한국시간 29일 오전 3시 17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미사일은 북한 사인리에서 발사돼 1천㎞를 비행한 후 동해 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낙하했다"고 말했다. 매닝 대변인은 이 미사일은 미국이나 동맹국에 위협이 되지 않은 것으로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는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방어하는 미국의 헌신은 철통과 같다"면서 "어떠한 공격이나 도발에 대해서도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배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면서 "솔직히, 북한이 이전에 쏜 미사일들보다 더 높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이것은 기본적으로 세계 모든 곳을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계속해서 만들려는 연구·개발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응 조치로 한국은 북한이 포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도록 정밀 미사일 몇 발을 바다로 발사했다"면서 "그러나 결론은 이것이 세계 및 역내 평화와 미국을 분명히 위태롭게 하는 탄도미사일 위협을 계속 조성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내 "모든 국가는 강력한 대북 경제·외교 조치를 계속 취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힘을 합쳐 북한에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통일된 메시지를 계속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현존하는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것에 더해 국제사회는, 북한을 오가는 해상 운송 물품을 금지하는 권리를 포함한 해상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여전히 외교옵션들이 유효하며 열려있다"며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평화적 길을 찾고 북한의 호전적 행동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