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화3남 김동선 '갑질' 수사
경찰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셋째 아들 김동선(28)의 변호사 폭행 의혹과 관련, 22일 본격적인 수사 체제로 전환하고 제3의 목격자 확보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김씨가 변호사들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 당시 술집에 손님이 한 테이블 더 있었다"면서 "업소 측이 임의로 제출한 카드결제 내역을 토대로 사건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큰 이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당시 김씨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진술해줄 증인 확보를 위한 절차로 보인다. 경찰은 전날 해당 업소를 찾아 매니저(실장)와 바텐더 등을 조사했으나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아울러 경찰은 김씨가 업소 밖으로 나온 다음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파악하고자 업소 건물 바깥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김씨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휴대전화 전원을 꺼 놓는 등 수사 협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적용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폭행'이나 '협박' 혐의 모두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죄)여서 피해자를 접촉해야 한다"면서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날 가게로부터 제출받은 CCTV 하드디스크에 사건 당일 업소 내부를 촬영한 영상 파일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가량 걸린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9월 28일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10여명의 친목 모임에 참석했다가 만취 상태에서 변호사들에게 "아버지 뭐하시느냐"라며 막말하고 일부 변호사에게는 손찌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씨를 폭행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에 배당해 광역수사대의 수사를 지휘하도록 했다.
시민들, 한화 불매운동 시작
한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 김동선(28)이 벌인 음주 행동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급기야 한화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여론 악화가 실제 계열사들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반기업정서가 재계 전체적으로 심화될 여지가 크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 측도 최근 사정 당국의 기업 불법행위 감시 분위기와 맞물려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가 그룹 전체에 대한 사회적 견제 강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21일 한화 (41,150원 상승350 0.9%)그룹은 전날 김동선의 사과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성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추이를 지켜보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김동선이 계열사에 적을 둔 것은 아니지만 김 회장 이후로 첫째아들 김동관 전무가 한화큐셀에서, 둘째 김동원 상무가 한화생명에서 일하고 있어 자칫 불똥이 오너가 전체에 튀지 않을까 경계한다. 김동선에 이어 김 회장까지 사과 성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음주 물의를 일으킨 김동선은 "상담 치료를 받겠다"고 했고, 뒤이어 김 회장은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자들에 대신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사과 성명 기사와 SNS 보도에 붙은 댓글에는 "탱크, 화약이라도 불매하자"는 의미심장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누군가 한화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하자 계열사별 사업내용을 분석해 공유하는 이가 생겼다. 이후 일부는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이용하지 않기, 전국의 한화 플라자 호텔 및 콘도 가지 않기, 한화손해보험 가입하지 않기" 등 구체적 불매 전략도 제안하는 식이다. 한화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인 2007년에도 성난 여론이 일었다. 원인도 비슷했다.
김 회장의 둘째아들 김동원(32) 한화생명 상무가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폭행이 일어나자 이후 김 회장이 경호원과 용역업체 직원들을 대동해 술집 종업원들에 보복폭행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 회장은 당시 사법심판을 받아 잠시 옥고를 치렀고 불매운동은 잦아들었다. 여기에 당시 한화의 주 사업군이 방산·에너지·화학 등 B2B(기업간 거래) 위주여서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재계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반기업정서가 심화되는 걸 경계한다. 지난해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이 어려움을 겪고 최근엔 방산비리 문제가 비화되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수개월동안 사정기관 조사를 받았다.
기업들은 반기업 여론과 사정 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할 만큼 거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김준기 전 DB그룹(동부그룹) 회장이 성추행 논란을 일으켰고, 몇몇 중견 기업에서도 성추행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기업들에 대한 이미지가 좀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반기업 정서는 기업의 고용형태 등 환경적 요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오너일가의 일탈 사건으로 국민 인식이 더 악화되는 모습"이라며 "오너 일가의 리스크는 지배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계속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문제라 관련사 임직원들의 허탈감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의 반기업정서는 이미 전세계 주요국가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이다. 기업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국내 경영활동에도 심각한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홍보 회사 에델만이 발표한 ‘2016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은 33%로 조사대상인 28개국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28개국 평균은 53%였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8개국 대상 반기업정서 조사에서도 한국의 기업 호감도는 17%로 밑에서 두번째였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