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공수처 설치 시급성 주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0일 국회를 찾아 공개적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을 주장했으나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청이 검찰 개혁을 위해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입법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 설치 관련 당·정·청 협의 공개발언을 통해 "검찰 개혁을 위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상징"이라고 조속한 법안 통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조 수석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해당 발언과는 다른 뉘앙스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 참석자는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실패사례를 들며 "야당과 좀더 적극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며 "여야 합의가 안 되면 통과가 안 된다. 원안을 고집하지 말고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해라, 정치력을 발휘하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조 수석은 "이번(정기국회)이 마지막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수처법이 이번 정기국회 때 안 되면 내년 1월, 또 안 되면 그 다음 국회 때, 어쨌든 임기 내 반드시 하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청이 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해당 발언이 나오자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황급히 "오늘 비공개 회의인 것을 감안해 발언은 함구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입단속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회의에 배석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 수석이 이번에 공수처 법을 통과시킬 의향이 있었으면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됐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조 수석이 여전히 학자 티를 벗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수석의 이날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검찰이 현재 정부여당의 기조를 비교적 충실히 따르고 있는 만큼 굳이 독립된 수사 권한을 가진 공수처를 서둘러 설치해 잠재적 위험 요소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속내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패스트 트랙' 지정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왔다. 패스트트랙은 각 상임위에서 재적위원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지정되며, 상임위 계류기간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 의결 절차를 밟는 제도다. 국민의당 등에서 공수처에 대한 조건부 찬성 기류가 있는 만큼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조 수석의 발언은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시간을 좀 두고 보겠다는 것"이라며 "야권에서도 찬성 기류가 있는 만큼 패스트트랙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가 아니라는 취지의 조 수석의 언급은 공수처 추진이 '시급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닷컴 정치1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