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이후- 피해 파악도 역부족, "복구 엄두 못내“
규모 5.4 강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경북 포항에서 지자체와 주민이 복구 작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사할수록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진 발생 사흘째인 17일 "모든 공무원이 피해 파악과 추가 피해를 막는 데 매달려 있다"며 "당장은 복구에 손을 쓸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포항시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포항 등에는 사유시설 피해 1천246건, 학교·문화재 등 공공시설 피해 406곳, 인명 피해 75명(입원 12명·귀가 63명)이 발생했다. 피해액은 70억원이 넘어섰다.
이마저도 잠정 집계 상황이다. 정밀조사를 계속하고 피해 신고도 속속 들어오고 있어 갈수록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급한 대로 일부 공무원과 군인, 자원봉사 등 2천여명이 장비를 동원해 주택 150여 채와 공공건물 37곳에 대해 응급복구를 했다. 그러나 응급복구라 하지만 건물이나 담에서 떨어져 나간 벽돌, 콘크리트 등 잔해를 치우거나 무너진 곳을 임시방편으로 세우는 정도다. 군인과 자원봉사자 등의 복구 지원은 힘이 되고 있다. 해병대 1사단과 육군 50사단, 201 특공여단의 장병 500여 명은 전날부터 피해가 큰 북구 일대에서 응급복구를 돕고 있다. 군은 앞으로 인력과 장비를 늘려 피해복구를 본격 지원할 계획이다.
지자체는 지진 이후 지금까지는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2천 명에 가까운 이재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부 건물은 피해가 심각하고 붕괴 우려까지 있어 추가 피해를 막는 대책도 중요하다. 포항시는 도시안전국장을 단장으로 10개 팀, 36명으로 위험도 평가단을 구성해 지진으로 피해 접수를 한 건축물에 추가 균열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피해 건축물 1천500여 곳에 건축사와 건축공무원이 한 조가 돼 외관 점검으로 평가한 뒤 초록(사용 가능), 노랑(사용제한), 빨강(위험) 스티커를 부착한다.
건축사회와 함께 지진피해 건축 상담소를 열어 현장 상담도 한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팀을 구성해 지진으로 인한 위험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포항, 경주, 울진, 영덕의 타워크레인을 사용하는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섰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피해 조사와 추가 피해 방지가 우선이기 때문에 본격 복구 시기는 예상할 수 없다"며 "시민이 아픔을 딛고 하루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재지변의 설움-책임소재 없어,,,“개인 건물이니 알아서 하라”고만 해
한편, 강진으로 기둥 일부가 금이 가고 뒤틀리는 등 피해가 나 출입을 긴급 통제한 개인 건물에 행정당국 지원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건물주는 자신들도 지진 피해자인 만큼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과 3.6∼4.6 여진이 잇따라 발생해 필로티 구조로 된 A씨 소유 4층짜리 원룸 건물 기둥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을 받치는 기둥 8개 가운데 3개가 뒤틀려 곧 부러질 것처럼 보였고, 내부에 있던 철근도 휜 채로 어지럽게 드러났다.
이 원룸 건물에는 A씨 부부를 포함해 모두 11가구가 살고 있다. A씨가 행정당국 등에 피해 사실을 알리자 포항시 측은 현장을 찾아와 "안전진단 후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들이 밤늦게 긴급 점검을 벌여 건물 출입을 임시로 통제했다. 다음 날 시는 A씨에게 파손한 기둥을 우선 보강해야 한다고 알렸다. 또 건축 전문가들로 위험도 평가단을 구성해 안전진단을 한 결과 건물 거주나 출입이 위험한 것으로 드러나 출입 통제를 확정했다. 건물 시공사 측도 시 지침에 따라 장비를 동원해 피해가 난 기둥 주변에 두꺼운 H빔 13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시에 따르면 출입 통제 판정을 받은 건물은 정밀 구조안전진단을 해 결과에 따라 보강 공사하고 다시 이용하거나 철거해야 한다. 또 원칙상 개인 소유 건물은 정밀 진단, 보수 등 비용을 건물주가 부담해야 한다. 현재 A씨 원룸에 입주한 11가구는 지진 발생 3일째에도 방안에 놔둔 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오는 23일 수능을 치르는 고3 학생도 있다. 이번 지진 피해로 출입을 통제한 건축물은 주택, 원룸건물 등 18곳이 모두 개인 소유다.
A씨는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봤는데 개인 소유 건물이라는 이유로 행정당국이 출입만 통제하고 후속 지원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며 "2차 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출입 통제한 건물을 방치한 채 놔두지 말고 하루빨리 적절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정밀 구조안전진단과 보수·보완은 기본적으로 건물주가 해야 한다"며 "아직 지원방침을 마련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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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덕 기자,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