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노무현 논두렁 명품시계, 언론에 흘려 망신줘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측근인 한 국정원 간부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일명 ‘논두렁 피아제’ 고가 시계 수수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라”고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게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국가정보원이 23일 밝혔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이날 배포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주요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자문·심의 내용’ 자료에 따르면 2009년 4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원 전 원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국정 부담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 의견을 수시로 표출했다.
이에 원장 측근인 한 간부가 그해 4월 21일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을 만나 “고가 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시고, 수사는 불구속으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그러나 개혁위는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 문건 및 관련자를 조사한 결과 해당 간부의 언급 외에 ‘명품시계 수수’ 및 ‘논두렁 투기’ 사실에 대한 언론 플레이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기사를 최초 보도한 SBS 기자에게 “논두렁 투기 관련 내용은 검찰에서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일명 노무현 논두렁 고가시계 '피아제'
이 전 중수부장은 7월 10일 (적폐청산 TF) 조사관과의 통화에서 ‘논두렁’ 등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이 많다”며 구체적 진술을 거부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개혁위는 국정원 지휘부를 대상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첩보 검증 지시 및 언론 유출 여부를 조사했으나 조직적 개입을 입증할 자료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대신 혼외자 첩보를 수집한 국정원 직원의 단독 행위가 아닐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이 직원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행위에 가담한 공범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7월 각 부처에 적폐청산 TF를 구성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공문은 백 비서관이 기안하고 임 비서실장 명의로 발송됐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