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VS 서청원 난타전, 점입가경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의 친박(親朴) 핵심청산 출당추진에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이 22일 반격에 나섰다. 서 의원은 홍 대표의 과거 '성완종 전 의원 비리 연루 의혹'을 거론하며 "혹세무민 말고 대표직에서 사퇴하라"고도 했다. 이에 홍 대표는 "노욕·노추로 비난받지 말고 당을 떠나라"고 맞받았다. 한국당이 친박 청산 문제로 다시 내분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지난 20일 당 윤리위원회에서 '탈당 권유' 징계가 결정되자 해외 국정감사 중 일시 귀국한 서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 대표가 당을 장악하기 위해 '내로남불'식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당 위기의 중심에 있는 홍 대표 체제를 허무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서 의원은 "홍 대표는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처지"라며 "그런 상황 자체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대표가 당대표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성완종 사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윤모씨를 통해 성 전 의원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015년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윤씨는 서 의원의 대학 후배이자 측근이기도 했다.
홍 대표가 서 의원에게 전화해 윤씨 회유를 요청했다는 게 서 의원 측 주장이다. 다만 서 의원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홍 대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때는 제가 진실을 증거로 내겠다"고 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2015년 4월 18일 오후 (내가) 서 의원에게 전화해 '윤씨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키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며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서 의원과 만난 일이나 전화 통화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홍 대표 측은 "당시 홍 대표가 윤씨 회유를 요청한게 아니라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서 의원 측근들이 찾아와 (서 의원을) 출당시키면 (당시 통화 사실을) 폭로할 듯 협박하고, 검찰총장·대법원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해 매장시키겠다고 했다"며 "전화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하라"고 했다. 홍 대표는 나아가 서 의원이 이명박 정부 당시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으로 복역한 사실을 거론하며 "(서 의원이) 감옥에 있을 때 이 전 대통령에게 요구하여 사면해준 사람(자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는 언제고 적반하장으로 달려드느냐"고 했다. "불법 자금은 먹어본 사람이 늘 먹는다"고도 했다.
홍 대표와 서 의원이 폭로를 동반한 전면전을 벌이자 홍 대표 측과 친박계 간 집단 충돌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 의원 측은 이날 "추가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확전(擴戰)을 예고했다. 서 의원은 또 홍 대표가 여전히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 정지'를 해야 한다는 징계 요청을 당 윤리위에 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과 함께 해외 국감 도중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최경환 의원도 "홍 대표 퇴진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친박계 인사는 "서·최 의원이 귀국하는 이달 말쯤 친박계가 집단행동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홍 대표는 "구(舊) 체제 잔재들이 벌이는 마지막 저항"이라며 "정면 돌파하겠다"고 했다. 홍 대표 측근은 "서·최 의원의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한 집단행동에 가담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그들도 당 혁신위의 철퇴를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가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추가 인적 청산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류석춘 혁신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서·최 의원의 반혁신, 해당 행위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3일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홍 대표는 서·최 의원과 함께 당 윤리위에서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 조치는 별도의 최고위 의결이 필요 없다고 보고 이달 말 귀국해 확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홍 대표는 23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조치 반발에 대해 “책임을 지지않으려고 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맹비난했다. 홍 대표는 이날 미국 방문을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년간 박근혜 전 대통령 뒤에 살아서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려면 탄핵을 막았어야 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탄핵 때는 숨어 있다가 자기 자신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출당 문제와 관련한 추가 질문에 대해서는 “방미 뉴스가 국내 뉴스와 뒤섞이면 국가지대사의 문제가 희석된다”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그는 “6년동안 이 당을 농단했던 사람들인데 쉽게 물러나겠나”면서 뼈 있는 말을 던졌다. 홍 대표는 한편, 이번 미국 방문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제1야당 대표의 방미를 폄하하기 위해서 장관급도 못 만난다고 얘기하는데 과거 야당 대표가 갔을 때 미국의 장관급을 만나 준 적이 있냐”면서 “미국 고위 인사를 만나서 사진이나 찍고 돌아와서 국내용으로 활용하는 그런 방미가 아니라고 몇번이나 설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박한 한국의 안보 상황을 미국 조야에 전달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라면서 “미국 주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전달할 계기가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정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