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공수처 권고안’ 무엇이 문제인가?
법무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고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 권고안은 견제 기능에 무게를 두느라 수사권한과 관할 분배에 소홀했다는 평가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사정기관 정책핵심인 검찰 개혁에 역점을 두고 검찰의 힘을 약화시키는 대신 공수처에 상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부여했지만 수사와 관련한 관할 구분이 불분명해 태생부터 갈등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시행되면 기관간 불협화음이 클 것이란 우려와 함께 입법안의 국회 통과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권고안에 집중되는 우려 중 하나는 수사기관 간 영역 분리 문제다. 사상 초유의 수사기관이 탄생하는 것이지만, 검찰과 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해 중복 수사와 그로 인한 권한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인섭 위원장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에 대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 간 적극적 경쟁 유도하자는 게 이 법안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수사기관이 경쟁한다고 해서 수사의 능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는 법조계 안팎의 회의적 반응을 불러왔다.
공수처가 독립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뿐 검찰과 상하 지휘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권한다툼을 효율적으로 조율할 장치 마련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고안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이 동시 수사할 때는 원칙적으로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시키도록 하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고위간부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견제하려는 (공수처) 본래 취지에 집중해야 하는데 서로의 기능을 구분하지 않은 수사기관간의 경쟁구도가 국가 차원에서 어떤 이익을 얻을지 모르겠다”며 “자칫 공수처가 폼 나는 사건을 선점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나 경찰과 관할권 갈등이 생기면 조정기구를 통해 해결한다는 게 개혁위 구상이지만,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정기구의 운영 실효성도 의문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검찰은 차라리 소추 기관으로 기능을 축소하고 경찰은 민생에 집중하도록 해, 공수처가 광역화된 수사를 전담하도록 하는 모델이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을 압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만큼 또 다른 권력기관 내지 ‘옥상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기관장을 3년 단임으로 하는 등 일종의 견제장치를 두기는 했지만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의 이익, 기득권을 위해 기능하는 권력기관의 본질적 속성을 감안하면 또 다른 거대 권력기관의 탄생을 보는 것이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이 공수처장 지명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과연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을 보면,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법조인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 교수 중에서 2명을 추천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처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립적 성격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공수처장을 추천하고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수처 검사를 임명하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15년차 변호사는 “중립성을 지키고 싶었다면 인권위나 권익위처럼 위원회 구조를 도입했을 것”이라며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순간 중립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