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인선 '슈퍼 수요일' 앞두고 청와대 속도조절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장관 인선도 자연스레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장관 인사가 늦어지면 부처에서 담당할 주요과제 개혁도 미뤄진다는 비판이 있지만 수석급 인사들의 잇따른 하차로 자칫 인사시스템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는 형국에 처했다. 특히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3명의 청문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이른바 '슈퍼 수요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더욱 조심스런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5대 인사원칙 중 하나인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다. 이에 지난달 28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과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들과 관련한 의혹을 두고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언론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인사였던 김기정 국가안보실 제2차장까지 하차해 청와대는 더욱 난처해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시중의 구설 등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의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경질' 수순을 밟았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청와대는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초대 일자리수석에 내정했다가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인수위 없이 출범한 탓에 인사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여론의 관용적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청와대는 부담스럽다. 크고 작은 인사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청와대도 자연스레 인사검증을 더 면밀하게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추가로 발표한 인사들이 다시금 '5대 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인사는 공직 배제)에 어긋나게 되면 국정의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정 인사의 낙마로까지 이어진다면 개혁의 동력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교육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검토됐던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등의 인사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인선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대통령이 말한 '5대 원칙'을 더욱 꼼꼼하게 적용하고 있어서 인사가 그만큼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관측이다.
문 대통령, 차관급 7명 인사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외교부 1차관에 임성남(59) 현 1차관을 유임하고, 국방부 차관에 서주석(59)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에 김용수(54)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각각 임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나종민(54) 동국대 석좌교수, 보건복지부 차관에 권덕철(56) 복지부 기획조정실장, 국민안전처 차관에 류희인(61)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장을 각각 발탁했다. 차관급인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김현철(55)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런 내용의 6개 부처 및 청와대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차관 인사를 단행한 것은 지난달 21일 법무부와 31일 통일부 등 6개 부처에 이은 3번째로, 지금까지 모두 13명의 부처 신임 차관이 임명됐다. 국민안전처는 소방·해경청을 제외한 기능을 행정안전부로 흡수되는 만큼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류 차관은 역시 차관급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신설되는 중소기업벤처부에 대한 인선은 개편안 통과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 출신의 임성남(외시 14회) 외교부 1차관은 외교부를 대표하는 대미·대중 외교 전략통으로, 새 정부에서 처음으로 유임된 차관이다.
임 차관의 유임은 능력을 중심으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기용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탕평인사 원칙을 반영하는 동시에, 양자외교 전문가로서 다자외교에 강점을 보이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보좌하게 하려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공석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임 차관은 주 중국공사와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영국대사를 거쳐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안보전문가로 국방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적임자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NSC 전략기획실사무처 전략기획실장과 통일외교안보수석을 거쳐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해왔다. 서울 출신의 김용수(행시 31회)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은 정보통신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정통 관료 출신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진흥기획관과 청와대 정보방송통신비서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나종민(행시 31회)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광주 출신으로, 추진력과 소통력을 겸비한 관광·문화예술 정책에 정통한 관료 출신이다. 문화부 대변인과 문화정책국장, 종무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전북 남원 출신의 권덕철(행시 31회) 보건복지부 차관은 보건복지 현안에 대한 이해가 깊고 현장 소통 능력을 겸비한 기획통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과 보건의료정책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거쳤다. 류희인(공사 27기) 국민안전처 차관은 국가 위기관리체계를 기획·구축·운영한 경험을 보유한 안전분야 전문가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NSC 위기관리센터장과 위기관리비서관을 역임했고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거쳐 충북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를 재직해왔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저성장시대 생존전략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해온 학자로서 일본 등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국중소기업학회 부회장과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을 거쳐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해왔다.
청와대가 6일 7명의 차관급 인선을 발표한 것도 장관 인선이 늦어지는 것에 대비해 실무에 공백이 없도록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새 정부를 향한 기대가 큰 만큼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고자 철저하게 인사 검증을 하고 있다"며 "인사가 늦어지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