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기념관인가? 오류기념관인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현충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서울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은 진정 전쟁기념관인지 오류기념관인지 모를정도로 부끄러운 전시를 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의 베트남 전쟁 전시관 한쪽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통킹만의 미 구축함을 격침시키고 월남 내의 미군기지까지…." 라는 멘트다. 그러나 이는 틀린 멘트다. '통킹만 사건'에서 격침당한 것은 미 구축함이 아니라 북베트남 군함이었다.
항일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흉상에는 순국 일자가 1908년 12월 11일로 적혀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기록은 한 달 전인 11월 18일이다. 야외 전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야외 전시장에는 중국에 있는 광개토대왕릉비를 그대로 복제한 모형이 있는데 비석에는 기원 후 414년으로 새겨져 있고 영문 안내판에는 엉뚱하게도 기원전으로 설명돼 있다. 이외에도 120km에 가까운 300리를 12km로 번역해 놓고, 6,25때 북한 인민군의 T-34전차 포탑도 거꾸로 돌려놨지만 관련 설명은 전혀 없다. 조금이라도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배를 잡고 웃을 일이다. 전쟁기념관은 외국인이나 어린이들의 견학이 많다. 오류가 이렇게 많아서야 왜 전쟁기념관인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기념관 관계자는 "전시물이 워낙 많기 때문에 오탈자가 있을 수도 있고 저희가 잠깐 놓쳐서…. 저희 연구자들이 확인해서 실수한 부분은 바로바로 반영합니다."라고 말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연구자? 그 정도 수준의 오류는 연구자의 오류가 아니라 누가 보아도 가장 초보적인 군사기초지식도 없는 이의 무지에 의한 오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연간 방문객이 2백만 명이 넘는 아시아 최대 전쟁박물관인 우리의 전쟁기념관은 ‘숨은그림 찾기’처럼 어디에 틀린 곳이 더 있는지 찾아봐야 할 판이다. 지난 2010년 국회 국방위 송영선(미래희망연대) 전 의원은 "전쟁기념관 전시실의 김좌진 장군 흉상의 사망연도는 물론 좌우가 뒤바뀐 태극기가 전시되는 등 전시물의 오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송 의원이 전쟁기념사업회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2010년 온라인 민원내역'에 따르면 기념관내 관람실 2층에 있는 김좌진 장군 흉상에 김 장군이 1920년 1월24일 사망한 것으로 기록했다. 김 장군은 실제 1930년 1월24일 사망했다. 1974년 제작된 AH-1J 코브라헬기의 제작 연도를 1874년으로 표기했고, K-311 차량전시물 설명서가 다른 차량의 설명서로 되어 있던 적도 있었다. 60㎜ 박격포의 경우 포 다리와 포열을 엉뚱하게 조립해 전시하기도 했다.
2009년 5월에는 6.26전쟁 기념행사를 앞두고 유엔관 입구에 22개국 국기 전시 중 태극기의 좌우가 바뀌어져 온라인 민원을 통해 지적받았다. 이외에도 K-311차량을 전시하면서 그 앞에 다른 차량의 설명서를 비치해 두거나 시모노프소총을 M1 카빈소총으로 잘못 명시했다. 기본적으로 피아 적,아군의 기본무기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었던가? 송 의원은 당시 "전쟁기념관 전시물에서 영문번역물 오류6건이 발견되는 등 국제 망신을 초래한다"며 "전시에 앞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전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전쟁기념관은 오류 투성이의 전시를 하고 있다. 현충일 전날, 국민과 국가가 부끄러워진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