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대형산불, 2일 새벽 1시에도 불타는 중
1일 오후 9시 8분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에 발생한 원인모를 대형 산불은 발생 4시간이 지난 2일 1시 00분 현재까지 진화되지 않고 있다. 불은 상계동 한신아파트 동남쪽에 있는 상계주공아파트 13∼14단지 뒤 귀임봉 밑 5부 능선에서 처음 발생해 정상 부근으로 향하며 띠를 형성했다. 서쪽에서 산을 바라보면 수락현대아파트 뒤 제2등산로와 한신아파트 뒤 제3등산로 사이 일대에서 불이 났다. 불은 5부 능선에서 처음 발생, 오후 10시 4분께 7∼8부 능선을 거쳐 10시 30분 9부 능선을 통과한 다음 11시에 정상까지 도달했다. 소방당국은 지금까지 산 1만9천800㎡가 탔다고 추정했다. 인명피해는 다행히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수락산 안에 있는 14개 사찰에도 화재 상황이 전파됐다. 다만 화재와 사찰들 거리가 멀어 사찰 내 인원들을 대피시키지는 않았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소방당국은 차량 48대와 소방, 경찰, 군, 구청 직원 등 총인원 1천78명을 투입해 진화 중이다. 고압 펌프 2대를 배치해 산 정상까지 호스를 올려 물을 뿌리고 있다. 현장에는 초속 5m의 북서풍이 불고 있어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야간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헬기는 투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신아파트 인근 수락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진화 중"이라고 밝혔다. 안전처는 오후 9시30분께 인근 주민과 야간등산객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노원구청은 전 직원 동원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동일로 242길 노원구 상계동 인근 지역 교통이 화재진압 작업으로 혼잡하니 우회하라는 안내를 트위터에 올렸다. 상계주공 14단지 한 주민은 "타는 냄새가 많이 나고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어서 최초에 본 것보다 불길이 더욱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화재로 연기 냄새가 퍼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원구 한 주민은 "불타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계속 번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신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연기 수준이 아니고 나무 타는 냄새가 난다"며 "주민들은 아직 대피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수락산 서쪽에 있는 수락현대아파트 주민은 "처음엔 불이 아래쪽으로 번졌는데 소방관들이 올라가서 아래쪽은 진화했다"며 "여기서 봤을 때 오른쪽으로는 소방관들이 진입하지 못해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불이 잡히지 않고 있다. 그간 워낙 가뭄이 심했다"고 우려하며 "불이 내려오지 않고 위쪽으로 향하는데 그쪽은 민가 쪽은 아니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산불이 번져가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에는 "수락산에서는 지난 3월에도 화재가 발생했는데 걱정", "재난문자 받고 깜짝 놀람. 바로 베란다에서 화재현장이 보임"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 퇴근 시간 막바지 발생한 산불과 진화작업으로 노원역에서 수락산역 사이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수락산은 서울 상계동과 경기도 의정부시, 남양주시 경계에 있다. 수락산에선 3월에도 의정부시 쪽에서 등산객 실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시간 40여분 만에 약 5천㎡가 탄 적이 있다.
인근주민들, 불안과 공포에 떨어
"상계초등학교 옆인데 열어놓은 창문으로 탄 냄새가 많이 들어와요." "우리 집 복도에서 보면 산 위가 대낮처럼 환하네요. 대피해야 하려나요." 산불이 3시간이 되도록 잡히지 않자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대아파트에는 216세대, 한신아파트에는 290세대가 살고 있으며 두 아파트 단지 모두 등산로 입구와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불이 처음 난 귀임봉 5부 능선에서 아파트까지 직선거리는 700m가량 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수락산을 태우고 있는 시뻘건 불길이 혹시라도 아파트 쪽으로 넘어오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창문을 굳게 닫아도 매캐한 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밖에서는 소방차 소리가 요란하다 보니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처지가 됐다. 일부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와 초조한 얼굴로 산불 진압상황을 지켜봤다.
신임 이낙연 국무총리, "인력·장비 최대한 동원해 수락산 산불 진화 최선 다하라" 지시
한편,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는 1일 수락산 산불과 관련해 "국민안전처 장관과 산림청장은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진화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동원, 산불 진화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이 총리는 이어 "특히 헬기 진화가 가능한 시점에 헬기 투입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안전 통보, 유사시 주민대피 등에 만전을 기하고 철저하게 등산객 통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처 상황실은 현지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추가 조치를 한 뒤 추가보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안철수는 현장방문, 우원식은 진압당부, 자유한국당 인사는 현장에 없어
또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밤 수락산 산불 화재현장을 찾아 "철저히 진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밤에 난 산불이라 큰 걱정을 했는데 그나마 바람이 좀 약해지고 불도 약화된 것 같다. 산을 넘어가기 전에 불이 어느 정도 잡혔다"며 "그러나 어느 상황에서도 안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투입하고 이중삼중 방어막을 쳤으며, 날 밝으면 곧바로 소방헬기 등을 집중 투입해 빨리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헬기는 산림청 4대, 서울시 2대 등 6대가 투입될 예정이다.
수락산 화재 현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그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경찰, 수방사, 소방 간에 양해각서를 체결해 공동훈련을 해왔으며 이번에도 잘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행안위를 통해 요청해 내일 아침에 날 밝는 대로 헬기를 보내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서울시 측에 소방력을 최대한 동원, 화재 진압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자유한국당 인사는 보이지 않아 시민들은 발을 구르며 “왜 자유한국당 인사는 안보이나?”라며 서운해 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