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거짓말은 심각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장녀의 고교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한 아파트는 청와대와 후보자 본인이 해명한 '친척집'이 아니라 해당 고교 교장이 전세권을 가진 집이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29일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실과 강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등에 따르면 강 후보자가 지난 2000년 위장전입했던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아파트 전세권자는 당시 이화여고 교장으로 재직했던 심 모 씨였다. 앞서 청와대 조현옥 인사수석은 강 후보자 장녀와 관련해 "2000년 2학기에 이화여고에 전학했는데 이후 1년 간 친척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거짓말 의혹'까지 추가됐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고위공직자로서는 가장 심각한 거짓말 의혹까지 덧붙여졌다"며 "과연 이런 후보자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는지 저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거꾸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자는 이날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시사무실로 출근하면서 해당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별 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향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까지 이르는 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가 거짓 해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심각했다. 최근에는 강 후보자의 장녀와 차녀가 모친의 외교장관 지명이 발표된 지 이틀 뒤인 23일에서야 각각 증여세 232만 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뒤늦은 납부 의도를 놓고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앞서 당초 청와대는 강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자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를 선(先) 공개했다.
당시 드러난 '허물'들에도 불구하고 당시 능력있는 인사를 발탁하기 위해 맞을 매는 먼저 맞겠다는 청와대의 과감한 결단과 강 후보자의 국제무대에서의 화려한 이력에 한 때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금 문제나 거짓 해명 같은 민감한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이제는 분위기가 급변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등과 맞물려 신정부 초기 고위공직자 인선 부실문제 차원으로 사안이 점점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야당 측도 "일이 커지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점차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어 향후 청문회가 열리더라도 야당의 날카로운 공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6일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는 만큼 다음 달 초순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곤혹스러운 분위기는 강 후보자에게서도 읽힌다.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로서의 업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북핵과 대북지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조심스럽게나마 소신을 밝혔던 강 후보자는 최근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극도로 언급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시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강 후보자는 29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의 각종 의혹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사무실로 올라갔다. 외교부는 강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청문회에서 일괄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입장이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