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부끄러운 ‘박근혜’ 첫 재판
국가가 한심하고 국민들이 착찹하게 된 슬픈 날이다. 23일 역사에 부끄러운 '박근혜' 첫 재판이 열렸다. 그것도 형사법정이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이다. 4월 17일 구속기소된 이래 36일 만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구속 상태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0분께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통상의 피고인이 입는 수의 대신 남색 정장 차림으로 나왔다. 평소 '트레이드 마크'였던 올림머리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는 플라스틱 집게 핀으로 고정했다. 포승줄은 묶여있지 않았지만 수갑을 찼다. 최순실과 신동빈 회장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최순실이 독일로 출국한 이후 8개월 만이다. 다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진 않았다. 재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재판 전 법정 모습을 언론이 촬영할 수 있게 허락했다.
정식 재판의 시작인 만큼 검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등 8명이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3시간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어온 최순실에게 국가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하는 한편 권력을 남용해 개인이나 기업의 이권에 개입, 사익을 추구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원배제한 사안"이라고 지적했으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재벌과 유착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대기업 출연금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는 동기가 없고 *최씨와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증거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SK·롯데그룹 측에 대한 뇌물 요구, '블랙리스트' 지시, 문체부 공무원 사직 지시,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 혐의 등도 자신이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도 부인 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삼성 관련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한 관련자 153명의 진술조서를 전부 증거로 쓰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증인신문 과정을 거쳐 사실관계를 따지겠다는 취지다. 최순실은 "40여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정에 나오게 한 제가 죄인"이라고 울먹이면서도 혐의는 극구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검찰이 무리하게 엮은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박 전 대통령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 측도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리는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 출입구에 방청권에 당첨된 시민들이 입장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는 향후 박 전 대통령 사건과 특검이 기소한 최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 심리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사실이 18가지로 방대한 데다 1심 구속 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된 만큼 신속히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29일부터는 매주 월·화요일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모두 법정에 나온다. 수요일이나 목요일 중 최소 하루 이상은 재단 출연 등 직권남용 사건의 서류증거를 조사한다. 박 전 대통령은 25일부터 다시 법정에 출석한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