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파격 임명, 외교부 장관 지명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하고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취임 11일 만에 진용을 드러냈다.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군인 대신 외교관이 임명된 게 지난 정부와 달라진 점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의 현안을 다룰 안보실장에 군이나 교수 출신이 아닌 외교관을 선택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안보실장은 김장수(현 주중 대사), 김관진 등 국방부 장관 출신이 맡았다. 노무현 정부 때 백종천 전 안보실장도 군 출신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인선 배경을 직접 설명하면서 “과거 정부에선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봤다”며 “지금의 북핵 위기 상황에선 우리 안보에서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 사드, 한·미 FTA 등 안보와 외교, 경제가 하나로 얽혀 있는 숙제를 풀기 위해선 안보실장의 필요한 덕목은 확고한 안보정신과 함께 외교적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군 출신 인사들은 후속인사에서 발탁될 것이라고 한다. 정의용 실장은 인선 발표 직후 “국가안보실 1차장, 2차장 등 후속인사는 다음주 중 이뤄질 것”이라며 “안보 상황이 워낙 엄중하고, 국방개혁을 효율적으로 해나가기 위해 군에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을 안보실에서 일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정의용 실장은 제네바 대사 출신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유엔 등 다자외교 전문가다. 소위 외교부 내에서 한·미 동맹을 정책 기조로 풀어가는 ‘잘나가는’ 북미국 출신이 아닌 비주류 인사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취임 초 윤영관 서울대 교수를 외교부 장관에 전격 임명해 외교부 개혁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1년 만에 청와대 참모진과의 갈등, 이른바 (한·미) 동맹파 대 자주파 논란 속에 사퇴하면서 사실상 개혁에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외부인사를 통한 외교부 개혁에 나섰지만 이번엔 외교부 내 비주류 인사를 통해 개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관은 “검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외교부 주류 입장에서는 일종의 ‘소프트한 충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고위 외교관은 “전임 정부에서 군 출신이 장악한 국가안보실장에 외교관이 임명됐고, 장관 후보자도 예상외의 인물이긴 하지만 외교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인사”라며 “다자외교 전문가가 장관이 되면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정책 기조는 이날 임명된 ‘통일외교안보특보’ 명칭에서 다시 한번 부각됐다. ‘통일’이 ‘외교안보’에 앞섰기 때문이다. 통일정책과 남북관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
정의용 실장은 “우리가 주도해서 남북관계를 빨리 복원시켜야겠다는 생각”이라며 “군 연락통신망 같은 건 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통령 특사로 미국을 다녀온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과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특보로 발표했다. 하지만 홍 이사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임명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한국 도착 후) 지금 휴대전화에서 확인했는데, 처음 듣는 얘기라서 조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이곳저곳에서 간접적으로 듣고 있었는데, 나하고 상의를 안 하고 발표해서 조금 당혹스럽다”고도 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