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의혹 SBS보도' 공방…文, 安,·洪 난타전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과 관련한 SBS 보도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가 시작된 3일 정면 충돌했다. 문 후보 측은 즉각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해당 언론사인 SBS에 항의했으나, 안 후보 측과 홍 후보 측은 "경악할 일"이라며 문 후보 십자포화를 쏟아붓는 등 '깜깜이 판세' 첫날부터 격렬한 난타전이 전개되고 있다. 문 후보 측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권이 인양 의지가 없어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해수부가 고의로 인양을 늦춘다는 의혹이 있었지, 이걸 문 후보와 연결하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선대위 공명선거본부 박주민 부본부장은 "해당 보도는 최근의 악의적인 기사 중 최고"라고 말했다. 송 본부장 등은 특히 해당 의혹을 첫 보도한 SBS를 항의 방문했다. 송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대단히 악의적인 기사다. 가짜뉴스다. '단순 오해'는 식의 해명은 용납될 수 없다"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안 후보 측은 이번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며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박지원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지금은 진실을 삭제하려 할 때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우리 아이들 앞에 사죄해야 할 때"라며 "권력의 욕망에 스스로 영혼을 불태우지 마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문 후보 측에서 고발을 운운하고 결국 기사가 삭제됐다", "벌써 진실을 감추고 반대자에 대한 보복과 언론 통제로 맞서려 한다면 나중엔 어떨지 끔찍하다"며 문 후보 측의 언론보도 대응에 화살을 돌리며 맹비난했다. 안 후보 측은 또 문 후보 부산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수산부 기능 획기적 보강'을 약속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김유정 대변인은 "오 전 장관의 발언 또한 '가짜뉴스'라고 종주먹을 들이댈 것이냐"라고 비꼬았다.
홍 후보 측도 오전부터 문 후보를 향해 집중포화를 날렸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올려 "문 후보가 탄핵 직후 팽목항을 찾아가서 '얘들아 고맙다'고 말한 뜻을 국민이 이제야 알았다고 본다"고 비꼬았다. 정우택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충격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 후보는 당장 오늘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철우 사무총장은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가 그동안은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악어의 눈물을 보이면서 뒤로는 인양 시기를 두고 정치적 거래를 했다면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패악으로,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정준길 대변인도 "문 후보 측이 언론사에 강한 압력을 행사해 해당 기사 삭제와 해명 방송을 종용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완장 찬 민주당발(發) 언론탄압과 공포정치의 서막을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 후보 측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세월호 참사를 방치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위하느라 진상규명에 온갖 훼방을 놓아온 한국당이 이 문제에 논평을 냈다. 답할 가치를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이번 보도를 국민의당과 한국당이 사전에 치밀하게 공동 기획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SNS상에서 국민의당과 한국당 지지자들이 '가짜뉴스'를 함께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정치공작 야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유 대변인은 특히 이번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는 국민의당 박 대표를 향해 "'가짜뉴스'에 너무 오버하면 정치공작 의심을 받게 된다. 세월호 유족과 희생자를 선거에 끌어들이는 반인륜적 패륜 행위를 중단하라"며 반격했다. 송 본부장은 트위터에서 "중앙선관위에서 허위방송을 조사하기로 했다. 안 후보 측 허위사실유포 처벌 법적용을 검토 중이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지적했다. 종일 공방이 이어지자 문 후보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3월10일 팽목항을 찾았을 당시 미수습자 가족을 비공개로 면담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전격 공개하며 문 후보가 선체 인양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민주당 세월호특별대책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문 후보는 끊임없이 세월호 선체의 조속한 인양을 요구해왔다"고 강조하며 "국민의당과 한국당을 가짜뉴스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비이성적인 정치 공세를 멈추라"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에 돌입하면서 문·홍·안 세 후보 사이에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성' 의혹 제기와 맞대응이 '사생결단' 식으로 가일층 격렬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 선대위 김태년 특보단장은 브리핑에서 "국민특보단이 24시간 '가짜뉴스' 감시체제에 돌입한다"며 "팩트체크와 법률대응을 통해 선거 후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안 후보 측이 한국고용정보원 전직 간부 A씨의 아들 증언을 인용,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취업 의혹'이 사실이라고 재차 주장하자 문 후보 측이 반박하기도 했다. 윤관석 공보단장은 한 언론의 '팩트체크'를 인용, "2007년 당시 A씨가 (취업) 압력을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아무리 선거운동 기간이라지만 공당이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윤 단장은 "안 후보는 본인이 직접 가짜뉴스와 네거티브를 지시한 것인가, 아니면 SBS의 '세월호 오보'조차 선거에 이용하려는 박지원 대표의 지시인지 밝히라"며 반격했다.
안 후보 측 손 수석대변인은 "전남 담양 지역에서 발생한 문 후보 측의 '홍준표발 가짜뉴스' 살포행위에 대해서도 선관위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나머지 두 후보를 동시에 공격했다. 김유정 대변인도 "문 후보와 홍 후보는 패권과 거짓의 쌍두마차"라면서 "극단적 패권세력이 대선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자유 한국당 경남도당이 1번과 3번에 인공기를 합성한 투표용지 이미지를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선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이 공히 "무분별한 색깔론"이라고 비판하며 홍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SBS 보도내용이 뭐길래?
지난 2일 SBS는 세월호 인양이 늦어진 것에 대해 차기 정권과 거래 때문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SBS는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을 인용, 문재인 후보와 세월호 인양이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SBS는 보도에서 해수부 공무원은 “솔직히 말해서 이거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라며 “정권 창출 전 문재인 후보에게 바치면 해수부 제2차관,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거든요. 비공식적으로나 해경도 해수부에 넣어주고”라는 발언을 전했다.
SBS보도가 나가자 당장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파문이 일었고 ‘문재인 세월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파장이 커졌다. 문재인 후보와 세월호 인양이 마치 뒷거래가 있는 것처럼 일파만파로 파장이 커졌다.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도 세월호 논란에 가세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이날 “세월호 인양계약 이후 실제 인양까지 왜 2년이나 걸렸는지 이제야 그 이유가 밝혀졌다”며 “세월호의 슬픔을 철저하게 선거에 이용하는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을 위한 대통령을 기대할 수 없다.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당 박지원 상임중앙선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천벽력 같은 보도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너무 더러운 일”이라며 “그렇게 ‘세월호, 세월호’ 하며 탄식하던 문재인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 검찰의 즉각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측은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과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SBS보도에 대해 강경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 선대위 박광온 공보단장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후보 선대위는 2차관 신설을 약속한 바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해양수산부 일부 공무원의 공작적 선거개입 시도를 강력 규탄하며 무책임한 보도 태도에 항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해수부는 거짓 주장을 한 공무원을 공개하라. 언론사와 해당 공무원에 대해서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천명했다.
해수부도 세월호 인양 지연이 차기 정권과 거래 때문이라는 SBS 보도에 대해 "일부 기술적 문제로 늦춰졌을 뿐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며 4일 해명 브리핑을 열기로 했다. 해수부는 또 그러한 말을 한 공무원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왜 거짓말로 세월호 인양작업을 한순간에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어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해당 보도를 한 SBS는 ‘문재인 세월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파문이 일자 해명기사를 내는 등 진화에 나섰다. SBS는 “기사의 원래 취지는 정치권 상황에 따라서 세월호 인양 입장이 바뀌어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보도 내용에서 충실히 의도를 담지 못해서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상세한 취재 내용 등은 후속 보도를 통해 밝히겠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