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사드 오락가락에 각 대선후보들의 입장은?
기존의 한미 SOFA 약정서에 반해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사드 비용을 10억 달러(1조1300억원)로 추산하며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밝히자 대통령이 없는 안보공백 상황에서 심각한 국민적 불안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대선후보들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배치 비용에 관한 입장은 무엇일까?
더민주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30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배치 문제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게 아니다"라며 "새 정부가 결정하고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돈 요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비용으로 우리 국가 예산 400분의 1이 넘는 10억불을 내놓으라고 한다. 처음에 부지만 제공하면 될 것처럼 하더니 선거 국면에 슬그머니 사드를 먼저 보내놓고 이제 돈을 내라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왜 이렇게 됐느냐. 한국에서 주요 정당 대통령 후보라는 분들이 '국회 비준 필요 없다',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고 하니 '그러면 돈도 내라' 이렇게 나오는 게 아니겠냐"고 언급했다.
문 후보는 "돈 요구를 보면 미국이 주한미군의 무기로 도입하려던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미국에 요구하고 부탁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사드배치 결정 과정을 새 정부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안보를 위해 사드배치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에 반하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원래 약속한 대로 미국측이 부담하도록 설득하겠다 하지만 다소 원론적이고 미국 측이 사드 관련 양국 합의를 깬다면 국회 비준절차를 거치는 등 배치 문제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이도저도 아니며 다소 애매하고 안보에 별것 아닌 듯한 입장을 밝혔다. 김근식 정책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1조원 이상이라는 것은 엄청난 국가 이익이고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국회 비준 절차가 남는다"며 "다시 절차를 밟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의 비용 부담 요구 시 사드 배치 찬성 입장을 철회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며 "안 후보의 사드 배치 찬성 입장은 정부 합의를 존중한다는 것 외에도 북핵 위기라는 현실이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 측의) 협상 수단"이라는 견해와 다소 구체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 후보는 "트럼프는 자세히 보면 협상하기 전에 조건을 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업가들"이라며 "중국과 할 때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무역 관계를 딱 걸어놓고 '북핵 제거에 앞장서라, 그러면 없는 것으로 하겠다' 그렇게 협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이야기하는 것도 협상 수단"이라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우리가 250억 달러 흑자를 보고 있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중동에서 수입하는 가스를 미국의 셰일 가스로 대체해주면 협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미국은 셰일 가스를 팔지 않는데 이 부분을 간과한 것으로 보여 다른 구체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비용을 얘기할 거면 사드를 가져가라"고 안보를 아예 무시하는 듯한 좌파적 시각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사드를 철회하고 밀실협상 실체를 반드시 밝히겠다”며 “아직 사드가 배치됐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대통령이 되면 사드배치에 그동안 생략된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 사드를 철회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한미) 양국 간 합의한 대로 하는 것"이라면서 한미 합의대로 미국 측이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유 후보는 "제가 (최근) TV 토론회에서 이야기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압박으로 작용할까 봐 걱정"이라며 "방위비분담금이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든 (미측이) 협상을 요구해오면 그에 따라 현명하게 대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의 비용부담 입장 변경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안이 아직 없어 보인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