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 경제정책 TV토론회
각당 대선후보들은 28일 밤 상암MBC에서 개최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TV토론회에서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상대 후보에 대한 치열한 검증을 벌이며 부딪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일자리 창출과 법인세 인상, 복지, 성장 패러다임, 개성공단 재개 문제 등의 현안을 놓고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후보들은 각자 경제정책에 대한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 문 후보는 "저성장·양극화·저출산·고령화·고용절벽 등 이 모든 위기의 근원은 고용 없는 성장과 일자리 만들기 실패"라며 "일자리를 여전히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책임한 것이다.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비상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 즉시 일자리 100일 플랜을 가동하고 10조 원의 추경을 편성하겠다"며 "공공일자리 81만 개, 주 52시간 법정 노동시간 준수로 추가 일자리 50만 개를 늘리겠다. 중소벤처 지원을 늘려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당 안 후보는 "우리나라는 정부주도로 재벌에게 특혜를 주면서 성장했지만, 이제는 민간중심으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해야 질 좋은 일자리가 생겨난다"며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주체는 민간과 기업이라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며, 정부는 이들이 실력을 펼치도록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출발하게 해야 하고, 공정하게 경쟁이 가능해야 한다"며 "한 번 실패해도 재도전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망을 제공하는 역할 역시 정부가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유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경제정책의 핵심은 서민경제와 기업 기 살리기로, 경제정책 성공 여부는 서민경제의 양적·질적 성장에 달려있다"며 "집권하면 담뱃값·유류세 50% 인하, 통신비 인하, 김영란법 개정을 하겠다. 유류세 인하 효과만도 7조2천억 원의 가처분 소득 증가, 15조 원대 내수활성화, 10만 명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기업이 돌아오고 사내보유금을 투자하게 하려면 강성 귀족노조 폐해를 막아야 한다"며 "근로자의 3.2%도 안 되는 사람들의 정치투쟁을 막고, 노동유연성의 폐해를 고치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유 후보는 "지금의 경제 위기는 재벌 대기업이 지배하는 잘못된 시장경제에서 대기업 혁신을 못 했기 때문으로, 그들 스스로 혁신해서 글로벌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로 부실화하면 정리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창업벤처기업에서 성장의 새 희망 씨앗을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기벤처에서 인재를 기르고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육아휴직·칼퇴근 등 육아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심 후보는 "무엇보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강력한 소득주도정책을 추진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노동시간 단축을 하고 여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대기업들에 일차적으로 책임을 지우겠다"며 "성과를 극소수가 점유하지 않게 과감한 국가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생태경제 고속도로를 구축해 전국 태양광 충전소 설치와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겠다"며 "사회보험, 취업 지원을 위한 재교육 시스템, 4차산업 혁명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기본소득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후보들 간 의견충돌과 공방도 이어졌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와 관련,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한 제재 결의에 대한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개성공단 재개는 적어도 북핵 폐기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들어와 대화 되는 국면에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는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을 때 민주당에서 을사늑약이라고 했고, 저보고 매국노라고 했다"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가 불평등하다고 개정을 요구하는데 민주당이 무슨 말을 할지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후보는 "우리가 한미 FTA를 체결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과 관련, "한 사람당 3천300만 원 인건비로 계산했는데, 건물·책상 등 제반시설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사업비는 공약 재원에 포함하지 않는 게 원칙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공무원은 7급 7호봉, 경찰은 경사 7호봉으로 계산한 것으로 충분히 여유 있게 한 것"이라며 "중앙뿐 아니라 지방공무원도 포함되는 것이어서 사무실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는 중소기업이 한 명을 고용하면 50만 원씩 국가가 지원해 중소기업·대기업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새 입사자가 종전 입사자보다 임금이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는 중소기업이 두 명을 고용하면 추가 한 명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중소기업은 한 사람을 쓰기 위해 두 명을 추가로 고용하지 않고, 제반시설도 필요하기에 부가비용이 훨씬 더 든다"고 비판했다. 유 후보가 지난 토론회 논쟁 과정에서 문 후보의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라"는 발언을 거론하자 문 후보는 "사과하겠다. 제 말은 대선후보는 큰 틀의 방향을 토론하고 세부 수치는 정책본부장끼리 토론하면 좋겠다는 뜻이었다"고 사과했다.
한편, 홍준표 후보와 심상정 후보가 '노조'를 둘러싸고 한바탕 '설전'도 벌였다. 홍 후보는 "6000만원 이상 연봉을 받으면 자영업자라고 본다. 어려울 때에야 스트라이크(파업)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연봉 1억원 받으면서도 매년 파업을 한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홍 후보는 심 후보와 토론을 하면서 한껏 격앙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심 후보가 "홍 후보처럼 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했으면, 독일은 진작 망했어야 했다. 궤변이거나 가짜뉴스 아닌가"라고 반문하자 홍 후보는 "아니, 말씀을 왜 그렇게 하세요?"라고 흥분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대해 한 전문가는 “심 후보는 경제복지 부분에서 자당의 공약은 물론 타당의 공약들까지 구체적인 세부사항까지 잘 알고 있어 돋보였으나 다소 좌파적 정책틀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경제성장의 구체적 대안이 부족했고 안후보는 미래지향적 공약제시와 공정경제는 좋았으나 경제성장에 일부 벤쳐, 창업적 성장에만 치우치는 듯한 이상적 느낌으로 전체적인 표를 얻기에 불안해 보였다.
문후보는 정부가 국가자원을 동원해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다소 경제원리적으로 허황한 표퓰리즘과 재원마련에 문제점이 있고 또 경제현실과 원리를 좌파적 시각의 정치 논리틀로 인식하는 것 같아 경제원리 인식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 유후보는 경제적으로 진실하나 과감하지 못하고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벋어나지 못해 현실적이기 보다 너무 모범 교과서 이론같아 다소 고리타분했다”며 지적했다. 그는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홍후보가 “진실하며 가장 좌파의 표퓰리즘적 경제인식 문제를 잘 들어내 국민들이 바라는 다수 서민표를 화끈하게 모은 것 같다. 하지만 디테일한 세부적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