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각당 다섯 후보들, 토론회서 난타전
장미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5당의 대선 후보들이 13일 열린 첫 TV토론에서 다른 주자의 허점을 파고들며 양보 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이날 TV토론에 처음으로 함께 나선 5명의 후보는 네거티브 이슈에 한데 엉켜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 공방을 되풀이했다. 이에 양자 간 끝장토론 방식으로 TV토론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한국기자협회·SBS 주최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적폐 청산 논란’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안 후보는 “저를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나. 그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 아니겠나.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한 것”이라고 문 후보를 맹비난했다. 이에 문 후보는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한 안 후보야말로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는 서로를 향해서는 ‘강남좌파’ ‘극우수구’ 등과 같은 거친 표현으로 대립하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상대로는 안보문제로 협공을 폈다. 후보들은 최근 한반도 4월 위기설 확산 및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한목소리로 “선제타격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 일방적인 군사 행동은 안 된다고 알리고 선제공격을 보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동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북에 압력을 가하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가능한 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이 있을 수 없다는 대통령 특별담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선제타격에 반대하면서도 “선제타격이 이뤄지면 전군 비상경계태세를 내리고 전투 준비를 해 국토수복작전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집권 후 경제정책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겠느냐는 질문에 문 후보는 “소득 주도 성장”을, 안 후보는 “일자리 창출과 임금격차 해소”를 꼽았다. 홍 후보는 “강성 귀족노조 타파”를, 유 후보는 “취임 즉시 경제위기 막기”를, 심 후보는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제시했다.
토론회중 후보들의 실수들
첫 토론인 만큼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말을 끊기도 하고 설전(舌戰)을 벌이는 등 분위기가 거칠어졌다. 이날 가장 많은 질문 공세를 받은 건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였다. 4명의 후보 모두 자신의 주도권 토론 첫 질문을 안 후보에게 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다 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제가 가장 주적(主敵)인가 보다"고 했다. 안 후보는 주도권 토론 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가장 먼저 질문했고, 주어진 6분 중 5분을 문 후보에게 썼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자신에게 질문을 별로 하지 않자 "저한테 질문을 안 하는 걸 보니 제가 겁나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토론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홍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640만달러 뇌물을 수수할 때 몰랐나" "세월호 (유병언의) 1155억원을 노무현 정부 때 탕감하면서 (유병언이) 살아났다"고 하자 말을 중간에 자르며 언성을 높였다. 문 후보는 홍 후보 주장에 대해 "그 말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3번 되풀이했다. 문 후보는 홍 후보가 자신을 지목해 '주적'이라고 하자 "뼛속까지 서민인 게 저랑 같고, 같은 흙수저인데 제가 왜 주적"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홍 후보가 "친북 좌파이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가 위험한데 북한을 찾아간다고 하고, 바른정당·한국당은 적폐니까 청산한다 하니 주적"이라고 하자 문 후보는 껄껄 웃기도 했다.
안 후보는 홍 후보가 "좌파냐 우파냐"고 묻자 "저는 상식파다"고 대답했다. 이를 꽉 물고 강한 어조로 토론에 임한 안 후보는 작년 최순실 게이트 이후 열렸던 '촛불 집회'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11월 비폭력 평화혁명'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토론 전반부에서 '유치원 논쟁' 등으로 4당 후보들의 공세가 집중되자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고, 입가가 떨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홍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사이엔 '세탁기' 논쟁이 벌어졌다. 홍 후보가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가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확 1년 돌리겠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유 후보가 "본인이 형사 피고인이기 때문에 홍 후보도 세탁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홍 후보는 "들어갔다 나왔다"고 응수했다. 유 후보가 다시 한 번 "아직 안 들어갔다"고 하자 "완전히 들어갔다 나왔다. 판결문을 보라"고 했다. 정의당 심 후보가 또다시 "(홍 후보는) 세탁기에 갔다 왔다는데 고장 난 세탁기가 아닌가"라고 하자 홍 후보는 웃으며 "세탁기가 삼성 세탁기"라고 했다.
홍 후보는 심 후보가 "노조를 응징하겠다는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수구 범죄 세력이) 그간 부정 축재한 재산을 환수하겠다"고 하자 "(심 후보는) 대통령 될 가능성이 없으니까 그런 꿈은 안 꾸셔도 된다"고 했다. 치열한 분위기 속에 후보들이 실수하는 장면도 있었다. 문 후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관련 언급을 하다가 이 부회장을 '이재명 부회장'으로 잘못 말했다. 또 유승민 후보를 향해 "우리 유시민 후보"라고도 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유승민이다"라고 했다.
홍 후보는 '정책 검증 발표'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나왔다가 발표 이후 안 후보 자리로 잘못 돌아가 앉기도 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의 노트에 필기도 했다. 후보들 간 신경전은 토론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됐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던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문 후보가 한국당 홍 후보를 향해 말을 건넸다. 문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마이크 테스트'를 하며 "홍 후보 말씀 좀 해주시라. 잘 안 들릴 수가 있다"고 했다.
최근 홍 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방송을 통해) 얼굴만 보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웅웅'거리고 잘 안 들린다"고 한 것을 두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넨 것이다. 이에 홍 후보는 "문 후보 신수가 훤하다. 불편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고 받았다. 후보들은 이날 복장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문 후보는 정장 재킷에 노란색 세월호 리본 배지를 달았고, 안 후보는 당 상징색인 녹색, 홍 후보는 늘 매던 빨간색, 유 후보도 당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 상징색인 노란색 재킷을 입었다.
스포츠닷컴 정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