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우병우 구속영장 또 기각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청구된 검찰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권순호(47·26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불출석),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우 전 수석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하여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범죄사실의 소명 정도나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특검과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서 부여받은 직무권한을 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신의 의무를 방기했다고 판단했지만, 법원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참모로서 정상적인 민정 업무를 수행했다는 우 전 수석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경찰 등 사정라인을 관리·감독하면서 대통령 주변의 비리를 감시하는 의무가 있는 우 전 수석은 작년 가을부터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의 존재가 알려지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청와대 대책 회의를 주도하는 등 사안을 축소·은폐하려 한 혐의(직무유기)를 받았다. 또 이석수 당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 내사에 들어가고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의혹 등 자신의 개인 비리 혐의 조사를 벌이자 "감찰권 남용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뜻을 전하는 등 감찰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도 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최순실 이권 챙기기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K스포츠클럽' 감찰 계획 수립,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공무원 6명 좌천 인사 요구, 문체부 감사담당관 문책 요구 ,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 고발 강요 등 우 전 수석의 행위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또 우 전 수석이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검찰이 수사에 나섰을 때 수사팀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방해로 볼 수 있는 압력을 가했음에도 작년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상황만 파악했다"고 주장한 행위도 위증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구속영장에는 우 전 수석이 작년 10월 국회 운영위원회의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상 불출석)도 포함됐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모두 8가지다. 이 가운데 'K스포츠클럽' 감찰 시도, 세월호 위증 혐의는 특검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새롭게 발견해 적용한 혐의였다. 검찰은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 사건을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이근수 부장검사)를 전담 수사팀으로 지정하고 50여명에 달하는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했다.
'마지막 거물'인 우 전 수석 구속이 불발에 그쳤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대신 그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근 반년 동안 진행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사실상 종결할 계획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기소하면서 앞서 '우병우 특별수사팀'이 별도로 수사했던 가족회사 '정강' 횡령 및 화성 땅 차명보유 등 개인 비리 혐의도 동시에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오는 17일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됨에 따라 관련 수사가 민감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께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을 동시에 구속기소 하면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우병우, “교도소, 가기 싫다” 검찰에 전화 압박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세 번째 검찰 조사 소환 전, 교도소에 가고 싶지 않다는 뜻의 전화를 검찰에 많이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11일 방송될 채널A '외부자들'에서 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를 예측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우 전 수석의 전화 압력은 교도소를 가기 싫어하는 마음과 나 혼자 안 가겠다는 물귀신 작전으로 해석된다"며 "그 또한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심정일 것"이라며 우 전 수석의 구속을 예상했다. 이에 안형환 전 새누리당 의원은 검찰의 조직 보호본능에 대해 분석하며 "검찰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가진 죄 이상으로도 기소시킬 것"이라며 우 전 수석의 구속 의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 모두 우습게 되어 버렸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불법혐의나 죄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판단처럼 구속영장을 발부할만한 구성요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으로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물론 법원의 최종재판 판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도 적용된다. 그러나 국민감정은 검찰의 안이한 행태 뿐만 아니라 법원에 대해서도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이다.
한 전문가는 “정봉주 전 의원이 밝힌 것처럼 우수석이 소환되기 전 검찰에 전화압력을 넣어 “교도소 가기 싫다”고 한 말이 사실이라면 우수석이 검찰 각 부분에 대해 모종의 물귀신 작전을 할 약점을 가지고 나다치면 너도 다친다는 식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며 추론 해석했다. 법원의 우 전수석 영장 기각 사태로 검찰, 법원 등 사법개혁, 공수처 설치 논란도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