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빅텐트 없고 안철수 지지율 급상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다. 차기 대선전이 양강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제3지대’, ‘빅텐트’ 등 특정 인물이나 정당이 주도하는 인위적 단일화ㆍ연대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확인되는 유권자 주도의 실질적 후보 단일화 조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중도ㆍ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에 나선 것이 주된 동력으로 꼽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안철수 후보로 지지세를 몰아주고 있는 이들이 대선 막판까지 ‘전략적 선택’을 고수한다면 이번 대선도 2012년 대선에 비견되는 총력전 양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론조사 결과 추이를 따르면, 중도ㆍ보수ㆍ무당파 지지층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전후해 안철수 후보 지지층으로 흡수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이후 이동 속도가 더 빨라졌다. 다자대결을 살펴보면, 안 후보 지지율은 박 전 대통령 파면 전인 3월 4~6일 조사에서 11.1%에 머물다 4월 1~3일 조사에서는 21.6%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안희정 지사를 지지하던 중도ㆍ보수층과 의견을 유보한 무당파의 비율이 확연히 줄며 안철수 지지로 이동한 경향이 뚜렷이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전후 국민의당 지지율이 14.3%에서 18.2%로 반등하면서 정당지지도 추세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신 무당층은 17.8%에서 10.6%로 줄었다.
보수ㆍ무당파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을 염두에 둔 ‘밴드왜건 효과’(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현상)가 강화되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더했다. 문재인ㆍ안철수 후보를 대상으로 한 가상 양자대결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 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비율은 3월 46.8%에서 한 달새 85.9%로 폭증했다. 바른정당 지지자 비율도 55.6%에서 78.4%로 급등했다. 무당파에서도 39.3%에서 63.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간 반 전 총장, 안 지사 등으로 완만하게 지지 의사를 옮겨온 중도ㆍ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서 폭발적으로 결집하고 있는 데는 문 후보가 3일 확정되면서 차기 대선 구도가 사실상 굳어졌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파면과 ‘태극기 세력’으로 상징되는 극우보수의 등장 등으로 합리적 보수가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생긴 것도 대선 판세를 흔든 변수로 작용했다. 문 후보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반감에 더해 선거 패배나 사표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도 보수 유권자들이 ‘이길만한 후보’를 찾아 결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숨죽이고 있던 중도ㆍ보수 유권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5ㆍ9대선이 2강 3약 5자 구도에서 실질적 양자 대결로 재편될 가능성이 생겨났다.
진보 성향 유권자의 경우 정권교체의 바람으로 이미 최대치로 결집된 상태인 만큼 중도ㆍ보수 유권자의 선택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갤럽이 1월 이후 최근까지 실시한 13차례 여론조사를 놓고보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무당층 등을 합한 범보수 지지층은 전체 유권자의 40%안팎으로 추산된다. 남은 기간 문재인ㆍ안철수 후보가 어느 정도의 확장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이 2007년 대선 양상으로 흐를지, 2012년 대선처럼 전개될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엄대진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