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고조되는 4월의 한반도
위기의 한반도, 미항모 칼빈슨 재출동
'한반도 4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배수량 10만t)가 한반도를 떠난 지 보름여 만에 재출동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미 항모 칼빈스호는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 일환으로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한반도 해상에서 실시된 해상훈련을 마치고 남중국해 인근으로 떠났다. 이후 싱가포르에 입항한 칼빈슨호는 호주로 갈 예정이었으나 한반도 쪽으로 항로를 급변경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이런 조치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미국 정부가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항모 경로를 갑작스럽게 바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10일 "미국 항공모함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재출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것도 태평양을 관할하는 7함대가 아닌 3함대 소속의 항모가 한반도 인근에 자주 출동하는 것도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 유도미사일 순양함 1척으로 구성된다. 칼빈슨호는 항공기 60대, 병력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태평양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항공모함으로는 칼빈슨호와 현재 수리 중인 조지워싱턴호(CVN 73)를 대신해 일본 요코스카에 배치된 로널드 레이건호(CVN 76), 지난해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존 C. 스테니스호(CVN 74)를 꼽을 수 있다. 미국에서 대기 중인 니미츠호(CVN 68)도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항공모함이다.
지난 2일 포항에서 실시된 쌍룡훈련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 강습상륙함(LHD) 본험리처드함(2만5천t급)도 F-35B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해 유사시 한반도에 출동할 수 있는 항모급 함정으로 꼽힌다. 현재 로널드 레이건호와 칼빈슨호 등 2척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되어 있는 것도 한반도 위기설을 확산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연합사 측은 칼빈슨호 외 다른 항공모함이 당장 한반도에 전개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단일 전구(戰區)에 항모 2척을 투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이번에 재출동하는 칼빈슨호가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반도 쪽으로 이동 중인 칼빈슨호 항공모함 전단은 현재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우리 군과 교감한 것은 없다고 한다. 해군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미국 항공모함과 계획된 연합 해상훈련은 없다"면서 "항모가 이동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훈련 여부는)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 전문가들은 칼빈슨호의 재출동에 대해 미국이 북한과 중국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미국이 힘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는 군사적 억지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칼빈슨호 재출동을 비롯해 앞으로도 B-1B 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핵잠수함 등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자주 전개할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이 한반도에 공세적으로 전략무기를 투입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해 유사시 언제든지 '펀치'를 날릴 수 있다는 준비가 되어 있음을 과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의 역내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full range)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도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보유한 불량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군사적 대응까지 포함한 '모든 옵션'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칼빈슨호 재출동에 대해 중국 측은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국으로 향한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중국은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현재 상황 아래 유관 각방이 자제를 유지해야 하고 지역 긴장의 정세를 고조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아침 뉴스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한 입장에서는 시리아 공습이 천 마디 말보다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며 "(칼빈슨 항모의 한반도행이) 북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북한에 '힘에는 오직 힘으로 맞서야 한다'는 이치를 깨닫게 해줬다"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할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한반도가 갈수록 심각한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미국 CNN은 이날 대부분 뉴스 시간대에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이동 상황을 소개하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을 보도했다. CNN은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을 함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CNN 보도에서는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6차 핵실험 또는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도발을 할 경우 미 항모 전단의 대응을 부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로 북한 정권이 이번 주 태양절을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인 기념행사와 더불어 6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미국이 칼빈슨 항모 전단을 한반도로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영국 정보기관인 MI6(해외정보국)의 존 소웨어스 전 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칫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중, 북한 핵실험시 '강력 추가조치' 합의, 사드배치는 입장차만 재확인
한편, 한국과 중국은 10일 서울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강력한 추가적 조치를 취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협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소개하며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안보리 결의 이행 등을 포함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실험 등 중대 도발시 한중이 추진키로 한 '안보리 결의에 따른 강력한 추가 조치'는 북한의 4차(작년 1월) 및 5차 핵실험(작년 9월)에 대응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와 2321호 이상으로 강력한 새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더 강력한 안보리 결의 채택이 추진되면 북한산 석탄 수출 전면 차단, 중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원유·석유제품 수출 제한,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 제한 등이 신규 요소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양측은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내는 데 한중 협력과 5자(한·미·중·러·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와 관련한 양측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상호 편리한 시기에 내가 다시 베이징(北京)을 방문해서 우 대표와 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대화 재개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언급, "내가 알기로 미국 측 입장은 현재 북한과 대화할 조건이 전혀 성숙해있지 않다는 것으로 안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우 대표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도 논의했다고 소개한 뒤 우 대표가 "중국의 기본 입장을 되풀이했다"며 반대 기조를 고수했음을 밝혔다. 김 본부장은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우리는 중국 측의 부당한 조치가 즉각 중단되도록 하는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면서 문제의 근원인 북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이도록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협의에서 우 대표는 6∼7일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핵 위협의 시급성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포함,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비핵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합의가 있었음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우 대표와)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며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서 도발을 지속하고, 4월 주요 계기에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 대표의 이번 방한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 측면에서 시의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