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에 무소불위의 존재는 없다” 박근혜 구속-19년 정치인생 끝
법원,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비선 국정농단 추문에 휩싸인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 된 데 이어 검찰에 구속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에 구속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1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으며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마침내 31일 새벽 3시10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이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을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중인 '40년 지기' 최순실(61)과의 공모 관계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 종료 후 8시간 만에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 등 검찰 주장을 상당수 받아들여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서 774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기업의 자율권과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유를 영장 청구서에 그대로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법원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해석이다. 검찰은 특히 이 가운데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등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으로부터 뇌물로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이 재단 출연금으로 낸 돈은 강요에 의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도움을 기대하고 건넨 뇌물 성격도 동시에 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에 개별 혐의에 대한 판단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주요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힌 만큼, 검찰의 '뇌물' 주장도 사실상 그대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최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인 인사들이 대거 구속된 만큼 박 전 대통령 자신도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이런 '형평성 주장'도 구속 판단에 적잖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긴 했지만 법적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줄곧 부인한데다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장발부 판단 근거가 됐다. 강 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 중 하나로 "증거 인멸 우려"를 꼽기도 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신병 구속을 곧바로 '혐의 유죄'로 연결짓는 건 무리가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전문가는 "수사 때문에 구속되는 것과 실제 재판에서 여러 쟁점을 다투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영장은 어느 정도의 혐의 소명이 전제되고 증거 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되면 발부된다. 하지만 실제 피고인의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 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 가능성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엄격하게 범죄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유죄 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도록 한 헌법 27조는 박 전 대통령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피의자는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공범 최서원(최순실의 개명 후 이름)과 피의자의 사익 추구를 하려 했다"며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관계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검찰은 내달 19일까지 최장 20일간 박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소를 앞두고 보강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청사에서 인신구속되는 서울구치소로
다만 4월 17일부터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돼 검찰이 선거 영향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4월 17일 선거운동 돌입 전에 박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로 호송돼 수의로 갈아입고 독방에 수감된다. 서울구치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이 수감돼 있어 한솥밥을 먹게 되는 셈이지만 공범인 관계로 두 사람의 직접 접촉과 서신 왕래 등은 철저히 차단된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박근혜, 초기에 스스로 하야했으면 오늘날 이런 사태도 초례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박근혜와 친박들은 끝까지 국민들에게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오만하고 무례했으며 교만했다. 스스로 판 무덤이다. 이로써 19년 동안의 정치인생도 끝이 났다. 법위에 무소불위의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법원이 제대로 잘 보여 주었다. 확실한 재판으로 진정 국가와 민족, 국민들을 위해서 더욱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