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근혜 구속영장 실질심사 돌입
지지자들, 울고 눕고 실신하고 박 자택 앞 농성
박근혜 전 대통령의 30일 자택 앞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9시께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의 집 앞에서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님을 절대 못 보낸다"고 연신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시간이 다가올수록 지지자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죽더라도 대통령을 살려야 한다"며 바닥에 드러누웠던 지지자 30여명은 모두 일어났고, 전날 저녁부터 도로 위에 자리 잡고 앉아있던 이들도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차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도로 위를 한때 점령했다.
경찰이 이들을 일으켜 세우려 하면 "경찰이 때린다"고 항의하고, 한 남성 지지자는 "경찰 때문에 왼팔이 부러졌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에 설치된 펜스에 목도리로 자신의 몸을 묶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아이고 우리 대통령님", "불쌍해서 어떡하나"라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지자들끼리 '태극기가 맞느냐?', '빨갱이 아니냐'고 물으며 싸우느라 곳곳에서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전날부터 밤을 새운 한 여성 지지자는 탈진으로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이송됐고, 한 남성 지지자는 한 언론사 사진기자에게 먹다 먹은 커피를 뿌리다 경찰에 연행됐다.
부산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오전 5시께 집 앞에 도착했다는 양모(65)씨는 "헌재, 특검, 법원이 모두 좌파여서 기대는 안 하지만 절대 구속은 안 된다"며 "이미 탄핵인용이 됐는데 구속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부르짖었다. 정치권 인사 중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유 의원은 오전 8시 50분께 박 전 대통령의 집을 방문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오전 9시 30분께에는 자유한국당 최경환·조원진·김태흠·이완영·이우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함께 도착해 자택안으로 들어갔다. 또 주위의 권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그룹회장, 부인 서향희 변호사도 자택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미용과 화장을 담당하는 정송주 토니앤가이 원장과 정매주 자매는 평소보다 20분 이른 오전 7시 10분께 나타났다. 그간 정 자매는 택시를 타고 정문 앞에서 내려왔지만, 이날은 인파로 인해 걸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전 8시 36분께 집을 나온 정 자매에게 '박 전 대통령이 혼자 머리 손질 할 수 있느냐', '상태는 어떠냐' 등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대로변까지 걸어가 택시에 올라탔다. 박 전 대통령의 집과 맞닿아있는 삼릉초등학교는 등교 시간에 맞춰 오전 8∼9시 후문을 개방하지만, 이날은 통행로가 전혀 확보되지 않아 문을 열지 못했다.
피의자 박근혜, 침울, 굳은 표정으로 법정행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자택을 나와 법원으로 향하면서 침묵을 선택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리는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하자 취재진이 '뇌물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으나 그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전 10시 20분께 승용차에서 내려 굳은 표정으로 법원 청사에 들어섰다. 박 전 대통령은 동행한 경호원을 잠시 돌아보며 뭔가를 묻는 듯 했을 뿐 취재진의 질문에는 전혀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직행했다. 이는 자신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심문을 앞두고 심리적인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달 12일 청와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길 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한 불복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그는 이달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을 때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다소 물러선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현재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피의자 심문이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영장심사…검찰, "전혀 반성 안해" vs 변호인단, "기각돼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판가름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지만 영장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한 첫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써의 역사기록이 된다. 검찰 측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48·27기) 부장검사가 '공격수'로 투입됐고 변호인단에서는 유영하(55·24기)·채명성(39·36기) 변호사 등이 박 전 대통령 변호에 나섰다.
검찰 측은 298억원 규모의 뇌물수수(약속 후 미지급분까지 합치면 433억),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원 강제모금,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각종 사익 추구 지원,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 운영,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강요 미수 등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3가지 혐의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그간 수집된 많은 증거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안의 중대성,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 구속된 공범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강 판사에게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심사에서 최순실씨와 공모 관계를 부인하는 데 방어력을 집중했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사익 추구와 일탈 행위를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고 강조하면서 최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승마 훈련비 지원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기부금을 받아 챙긴 것을 공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르·K스포츠재단은 문화 융성·한류 확산·스포츠 인재 양성이라는 국정 운영의 하나로 민간의 자발적인 재단 설립을 정부 차원에서 '도운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개별 기업이 (재단에) 낸 돈은 재단의 '설립'을 위해 낸 출연금"이라며 "기업이 돈을 내는 행위는 '재단을 설립하는 행위'에 불과한 건데, 검찰은 이를 '뇌물을 주는 행위'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주고받은 이후 강 판사는 사건 주요 쟁점과 관련해 맞은편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사실관계 등을 묻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진술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호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가 13가지로 다수이고, 피의자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이날 심사 시간은 앞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때의 7시간 30분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심사를 마치고 강 판사는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양측의 주장과 앞서 제출된 수사기록 등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나서 이날 밤늦게 또는 30일 오전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