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사 수면위로 부상하는 통곡의 ‘세월호’
세월호 '수면위 13m 인양'
드디어 바닷속에 처참하게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일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세월호를 수면 위 13m까지 끌어올리는 인양 1단계 작업이 계획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작업은 23일 오전 11시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후 늦게 또는 저녁에나 가능할 것으로 수정됐다. 세월호 인양은 수면 13m 위로 끌어올리는 1단계에 이어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하는 2단계 작업으로 진행된다.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23일 오전 10시 진도군청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어 "이날 오전 10시 현재 높이 22m인 세월호 선체를 해저면에서 24.4m까지 인양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2.4m 드러난 것이다. 13m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임을 고려하면 18%의 공정률을 보인 셈이다. 현재는 인양작업을 멈추고 세월호 선체와 잭킹바지선에 1차 고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박 작업은 선체와 잭킹바지선을 단단하게 연결해 흔들림을 막고 안정적으로 후속 인양작업을 하기 위한 조처다. 이 단장은 "당초 이날 오전 11시 수면 위 13m까지 인양을 목표로 진행했으나 물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잭킹바지선 인양줄(와이어)과 세월호 선체 간 간섭현상이 발생해 이를 해결하느라 작업 완료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류 흐름이 빠르다 보니 세월호 선체가 있는 그대로 올라와 잭킹바지선 사이를 통과하지 못하고 작업 도중 계속 흔들린다. 이 때문에 인양 줄을 끌어올리는 잭킹바지선의 구조물인 '수트'(연결 도르래)에 세월호 선체가 부딪히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이 단장은 설명했다. 이 단장은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선체를 해저면에서 이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양줄에 걸리는 장력을 재분포하고 선체 하중을 다시 계산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똑같이 해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잭킹바지선과 선박 간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환풍구 등 인양에 일부 지장을 주는 물체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선체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세월호와 잭킹바지선 간 간격이 좁아짐에 따라 더욱 신중한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이로 인해 당초 이날 오전 11시까지 진행하려 했던 수면 위 13m인양은 오후 늦게나 저녁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세월호가 13m까지 떠오르면 2차 고박작업을 벌여 선체를 더 단단하게 고정하고 묘박줄을 풀어낸 뒤 약 1.8㎞ 떨어진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반잠수식 선박에 실어 목포신항에 거치하는 시점에 대해 이 단장은 "현시점에서 거치 예정일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다만 13m를 부양하고 나면 육상 거치하기까지 12∼13일가량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현재 450명의 인력이 인양현장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작업하고 있다"며 "목포신항도 이달 말까지 모든 시설을 갖추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기상예보에 따르면 이날은 파고가 0.4∼1m, 24일은 0.5∼1m로 원활한 작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25일부터는 소조기가 끝나고 중조기가 시작되는데, 기상은 양호하나 조류 흐름이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제사 올라오는 세월호 두고 정치권 미묘한 입장차
한편, 정치권은 세월호 인양을 놓고 "성공적인 인양을 기원한다"며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3년동안 세월호를 왜 바다에 방치했느냐"며 격앙된 모습이었던 반면, 자유한국당은 "국론분열이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또 국민감정을 자극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세월호 선체가 1천73일만에 드디어 수면에 떠올랐다"며 "미수습 가족과 세월효 유가족의 오열을 보면서 3년 사이에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됐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이렇게 하루도 걸리지 않아 인양할 수 있는 것을 왜 3년동안이나 바다에 방치하고 그대로 놔뒀는지 가슴이 먹먹하다"며 "세월호와 함께 9명의 미수습 실종자, 세월호 진실이 함께 인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세월호 사건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왜 세월호가 침몰했고 그 과정에 어떠한 일이 벌어졌으며, 침몰 이후 정부가 적절히 대응했는지 등 세월호의 총체적인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배숙 정책위의장도 "세월호 인양이 시작됐는데, 그동안 위선과 불의가 판치는 세상이 싫어서 그 차가운 바닷속에 누워 나오지 않았던 것이냐"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지 10일만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인양이 성공해 침몰원인이 밝혀지고 아직 수습되지 못한 실종자 학생들과 선생님 모두 찾아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염원한다"면서 "세월호 이후 정부는 메뉴얼도 갖추고 예산을 늘렸지만, 조류인플루엔자, 경주지진 등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당시 박근혜 정부의 해수부장관은 세월호 인양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 유승민 의원 역시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 입밖에 꺼내는 것 조차 꺼리고 미적대고 있었다"고 힐난했다.
반면, 인명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돼 9명의 미수습자 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면서 "세월호 인양 과정에 아직도 많은 난관이 있지만, 안전하게 인양작업이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만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부는 수면위로 올라온 세월호를 안전하게 이송하는데 만전을 기해달라"면서 "여야가 합의로 세월호 선체조사위를 의결한 만큼 침몰을 둘러싼 국론분열은 더이상 해소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제사 수면위로 올라오는 세월호를 두고 자유한국당의 언급은 국민감정만 자극할 뿐이었다. 한편, 세월호 인양은 23일 오전 11시 선체 이동에 필요한 만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지난 22일 오후 8시 50분부터 본 인양에 들어갔다.
스포츠닷컴 사회팀